• 한 20대 여성이 트위터로 평소 존경하는 유명인사 ‘40대 유부남’에게 친근함을 표시했다.
    그런데 이 ‘유부남’은 여성의 ‘호의’를 성적인 메시지로 판단, 다른 SNS(카카오톡)으로 ‘노예관계’를 맺자며 치근댔다.

    이에 화가 난 20대 여성이 사과를 요구했지만 ‘유부남’은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
    결국 이 여성은 공개적으로 ‘유부남’의 지분거림을 폭로했다.

    그러자 뜬금없이 50대 남성이 나타나 피해 여성이 과거에 농담으로 했던 야한 트윗 발언만을 찾아내 공개했다.
    이 50대 남성도 꽤 유명한 인물이다.

  • 21일 새벽 피해여성이 올린 트윗 내용. 그는 고은태 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 21일 새벽 피해여성이 올린 트윗 내용. 그는 고은태 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드라마 같은가?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21일 새벽, 고은태 중부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와 한 20대 여성 사이에 오간 SNS 대화 내용 폭로로 트위터가 떠들썩할 때, 불쑥 끼어든 50대 유부남은 한겨레신문 기자와 한국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칼럼니스트 고종석 씨다.

    소위 [진보 논객]으로 유명한 고종석 씨는 1959년 9월 전남 여수에서 태어난 문학가, 수필가, 언어학자로 알려져 있다.

    고 씨는 고 교수와 피해여성 간에 논쟁이 벌어지자, 다음과 같은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지금부터 상당히 혐오스러운 트윗을 리트윗하겠다.
    새벽의 그 여자분 트윗이다.
    그분 비난할 생각 추호도 없다.
    다만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상상하는 데는 도움이 될 거다.”

    “쉰다섯 되기까지 겪은 경험으로는 세상일이 반드시 겉으로 보이는 바 그대로는 아니더라.
    특히 사적 일들은.
    매서운 선악의 잣대는 이 경우에 무용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고 씨의 주장은 주변에서 만나는 [깡통진보]들이 자주 들이대는 [절대 중립적 시각]을 들이댔다.
    이 트윗만으로 판단하면, 피해여성에 대한 [음모론]을 펼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고 씨의 트윗을 본 피해여성은, “2차 가해자”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고 씨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 21일 피해여성은 고종석 씨가 자신이 과거 했던 트윗 발언 중 야한 부분만 골라 리트윗한 데 대해 항의했다.
    ▲ 21일 피해여성은 고종석 씨가 자신이 과거 했던 트윗 발언 중 야한 부분만 골라 리트윗한 데 대해 항의했다.



    21일 인터넷을 통해 고은태 교수의 이야기가 퍼지자, 언론들도 고 교수와 피해여성, 그리고 고종석 씨의 트윗을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고 교수는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21일 저녁 트위터 계정을 삭제했다.
    반면 고 씨는 어느 언론이건 가리지 않고 자신의 트윗을 기사화한 기자들을 비난했다.

    하지만 여론은 고 씨와 고 교수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고 씨의 팬 일부가 그를 옹호했지만,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이 고 씨에 대해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 교수와 고 씨를 싸잡아 “이건 성폭력이다. 자신들만이 ‘절대적 선’인 양 포장하는 진보들의 위선이 역겹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 고종석 씨는 21일 언론이 고은태 교수와 피해여성, 자신에 대해 보도하자 트위터를 통해 언론들을 비난했다.
    ▲ 고종석 씨는 21일 언론이 고은태 교수와 피해여성, 자신에 대해 보도하자 트위터를 통해 언론들을 비난했다.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던, 고 씨는 결국 21일 오후 사과문을 올렸다.
    피해여성과 관련된 내용은 현재 고 씨의 트위터에서 모두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트위터 사용자들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 고종석 씨가 21일 오후에 트위터에 올린 사과문. 그러나 그와 고은태 교수에 대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 고종석 씨가 21일 오후에 트위터에 올린 사과문. 그러나 그와 고은태 교수에 대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칼럼니스트로 알려진 고 씨는 성균관대 법학과, 서울대 언어학 석사,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코리아타임스, 한겨레, 시사저널, 한국일보에서 경제부, 문화부, 파리 주재기자 등을 거쳐 편집위원으로 일했다.
    외환위기 때부터 2005년까지 한국일보에서 논설위원을 지냈다.

    2012년 9월, “글쓰기로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절필을 선언해 ‘진보 진영’에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고은태 교수가 이번에 '성희롱'을 가한 피해여성 외에도 피해자가 다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피해여성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계속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