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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주민, '다르다'를 '틀리다'고 했다간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한국 방송에서는 자막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라기보다는 시청자를 화면 속으로 잡아놓기 위함인데 간혹 출연자가 잘못 표현한 단어를 교정해서 보여 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그중 가장 자주 등장하는 교정된 단어는 ‘다르다.’를 잘못 사용한 ‘틀리다’이다.
많은 한국인은 무의식중에 ‘다르다’는 표현을 ‘틀리다’로 잘못 사용할 때가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이유는 실수를 한다고 해도 큰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출신인 탈북자들은 이런 말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말 한마디 잘못해서 수용소로 끌려가는 험악한 북한체제 속에서 살다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훈련이 너무나 잘되어있다. 더구나 탈북 도피과정에서조차 말 조심하는 법을 너무도 생생하게 경험한 그들이어서이다.
만약 북한주민이 다르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당의 지시사항은 지난번과 틀리네요.’ 라고 잘못 말했다간 당의 지시가 옳지 않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반역자로 낙인찍혀 엄청난 불이익을 당한다. ‘우리식대로 살아나가자!’라는 북한의 대표적인 구호가 있다.
결국 ‘우리 북한은 남조선과 다르다’는 것인데 이 또한 ‘남조선과 틀리다’로 잘못 말했다간 한국과 비교 했을 때 북한이 옳지 않다는 뜻이 돼버려 큰 수모를 당할 수 있다.
한국은 분단 후 여야의 오랜 대립과 갈등 속에서 생존과 극복이 삶의 목적이 된 시대를 거쳤다. 그래서 “너는 내 생각과 틀리는구나”라는 잘못된 표현 속에는 ‘상대는 내가 이겨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가 무의식중에 내포되어 있다.
반면 당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북한체제 속에서는 다르다는 말속에 그러한 개념이 스며들지 않았다. 대신 전체주의 국가이기에 남과 다르게 튀는 언행을 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한국에서는 경쟁심 때문에 의미가 와전되었다면 북한은 통일성 때문에 의미가 변질된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서 다르다는 것을 ‘옳지 않다’는 뜻인 틀리다로 잘못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북한주민은 ‘다르다’ 와 ‘틀리다’ 는 단어를 엄격히 구분해서 사용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틀린 그림 찾기’는 ‘다른 그림 찾기’의 잘못된 표현이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예전과는 다른 대북정책을 내놓은 것이고, 북한의 김정은은 여전히 틀린 대남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뉴포커스 서영석 기자 www.new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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