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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바람이 분다’
김태우는 <깡패의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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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의 휑~한 장님 연기가 묘한 흡인력을 발휘하는 SBS수목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눈에 띄는 연기자가 있다.
조무철 역을 맡은 김태우다. 그 동안 김태우는 우유부단하여 나른해 보이는 연약한 모습을 주로 보여줬다. 그러던 그가 이제는 단호하고 강하다.부하들을 인정 사정없이 때리고 짓밟는다. 친구였던 주인공 오수(조인성)를 마치 제거해야 할 적인 듯 첩보원처럼 따라 다니며 괴롭히는 모습은 섬뜩하다. 보기만해도 오싹하게 하는 깡패로 완전 변신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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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뼈 속까지 악인인 듯 무섭고 잔인한 조무철에게도 아직까지도 가슴속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주인공 곁에서 진드기처럼 떨어지지 않고 괴롭히는 악인의 모습만 유감없이 보여 준 조무철은 21일 5회에서 마음속에 웅크리고 숨어있던 사랑의 아픔을 드러낸다.
희주의 기일을 맞아 희주를 묻은 숲에서 조무철은 오수를 만나 가슴속에 묻혀 있는 사랑을 절규하며 이야기한다.
조무철은 어릴 때 친구였던 희선의 언니인 희주를 사랑했지만, 희주가 친구 오수를 좋아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조차 못 하고 삼켜야 했다. 오수가 더 사랑한다는 말에 친구한테 양보했다.하지만, 희주에게 상상할 수 없는 불행이 닥친다. 희주는 자신의 아이를 가진 것을 알고도 떠나가는 오수를 뒤쫓아가다가 집채 만한 트럭에 치여 즉사한다.
그 뒤를 쫓던 조무철이도 이 모습을 눈 앞에서 생생히 보게 된다.
두려움 절망과 경악으로 뒤 덮인 선량한 조무철의 얼굴 .
“희주는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어.”
조무철은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퇴색되지 않은 채 가슴속에 남아있는 아픔과 분노를 토해낸다.
그 아픔과 분노는 결코 빠지지 않는 날카로운 비수같아서 그의 가슴에서 철철 피가 흐르게 한다.
피가 흘러 넘치는 만큼 그의 사랑은 더욱 깊어만 간다.
이 깊은 고통을 과연 누가 눈치챌 수 있을까?
드라마를 볼 때 외모나 인지도 상관없이 연기를 잘하면 시청자들은 그 연기자를 다시 보면서 찬사를 보내게 된다. 김태우는 이 드라마에서 악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사랑을 마음껏 피워보지 못한 채 깊은 상처를 입었기에 그것이 폭력으로 표출됐을 것 같은 조무철… 과연 그는 미완성의 사랑을 어떻게 승화시키며 그 사랑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