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각책임제는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다


  • 최근 대한민국 정치권에서는 개헌론이 한참이다.
    이미 여당인 새누리당 14명과 야당인 민주통합당 23명으로 구성된 분권형 개헌추진 발기의원 37명의 명단이 언론에 발표되었다.
    오랜만에 여당과 야당이 합심해서 개헌을 통해 국민들의 삶을 개선시켜 보자는 의도는 어쨌든 평가할 만하다.

    분권형 개헌 추진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모르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내용 두 개를 추려보자면, 첫 번째는 현 대통령제는 문제가 많아 일본식의 의원내각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고, 두 번째는 미국식의 4년 중임대통령제를 채택하자는 주장이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2월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금년 상반기에 개헌을 마무리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이 민감한 시점에서 국회의원들이 모여 개헌을 조급하게 서두르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지금은 서민경제도 어렵고 북한과 관련된 안보문제가 시급한 상황인데 올 상반기 모든 에너지를 개헌에 쏟아 붓는 것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대한민국 헌법은 미국헌법보다 더 구체적하고 그 내용이 더 충실하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헌법에는 28개의 국민의 권리가 본문 제2장에 자세히 나열되어 있고, 미국의 헌법은 단 10개의 인간의 기본권리가 헌법 본문이 아닌 개정안 속에 담겨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에 탄생한 이후 65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9번의 개정 끝에 1987년 오늘의 헌법이 탄생했다.

    이처럼 오랫동안 다듬어 온 헌법을 올 상반기 안에 개정하겠다는 그 의욕은 존중하지만, 아무래도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 보인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볼 공청회도 열어야 하고,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헌법을 개정하려면 보통 2년이 걸린다.

    무엇보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내각책임제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어려운 검증을 거쳐서 국민들의 직접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했으면 5년 임기 동안 맡기는 것이 안정적이지, 내각책임제로 툭하면 정권이 바뀌게 되면 예측 불가능한 정책 때문에 기업인들은 불안하고 결국 경제발전의 발목이 잡히게 되는 것이다.

    바로 옆나라 일본을 보자.
    1947년 헌법 제정 이후 66년 동안 50번이나 중의원의 불신임 투표로 중의원들에 의해 내각이 총 해산했고 총리의 임기도 평균 15개월에 불과했다.
    그 동안 거의 일년에 한번씩 국민들은 투표를 한 셈이다.

    지난 12월 26일 투표에서 자민당이 승리했고 자민당 총재 아베 신도의 새 내각이 탄생했다.
    아베 총리는 이미 2006년 9월부터 2007년 9월까지 꼭 1년간 총리직을 맡았다가 불신임으로 사퇴 당한 장본인이다.
    6년 만에 다시 돌아온 셈이지만, 이번에는 얼마나 갈지 두고 볼 일이다.
    역대 일본 총리 중 4명은 두 달도 못 돼 불신임을 받고 물러났다.

    이 때문에 최근 일본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내각책임제에 만족하고 있다는 일본인은 불과 15%에 불과하고, 정당지지율도 민주당이 12%, 자민당이 18%에 그치고 있다. 압도적인 수의 일본 국민들은 내각책임제에 환멸을 느끼고 한번 당선되면 임기를 마칠 동안 맡기는 안정된 미국식의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더 나아가 내각제를 없애자는 시민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한국도 한때 내각책임제를 채택했던 적이 있다.
    1960년 제3차 개헌을 통해 내각책임제를 했다가 실패했고, 결국 1987년 오늘의 9차 개헌을 통해 지금의 5년제 대통령 직선제를 확정했다.

    미국의 헌법은 1787년에 탄생했다.
    226년 동안 대통령책임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산 증거다.
    미국 국민들의 압도적 다수는 현재의 대통령 책임제에 만족하고 있고, 226년 동안 단 한번도 내각책임제를 하자고 제안해 본 적조차 없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일단 그 어렵고 긴 시간을 통해 국민의 검증을 받고 국민의 손으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처음 4년은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미 국민들은 4년을 더 맡겨주면 경제를 반드시 일으키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호소를 믿고 그에게 재선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대통령 책임제가 오늘날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반면, 내각책임제는 일본의 경제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