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난 심형래식 '먹튀경영' 비난 가중DJ 시절 '신지식힌 1호'에서 '백억대 채무자' 전락
  • 심각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30일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영화감독 심형래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를 다시 제작해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심형래는 최근 또 다른 영화 제작을 위해 베트남 현지 투자자들과 미팅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전 베트남에 갔다왔는데, 거기서 (투자자로부터)연락이 와서 간 건데 잘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원래 남 안되는 거 좋아하잖아요.
    난 매일 남 즐기는 것만 해준 사람이잖아요.
    (파산해도)나때문에 즐거워하면 됐죠. 나중에 재기해야죠.

    지난 6일 '개인파산' 신청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직후 <JTBC>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재기 의지'를 다진 심형래.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심형래는 지난달 16일 영구아트 직원 43명의 임금과 퇴직금 8억9,153만원을 체불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심형래는 피해자 43명 중 24명과 합의했으나 아직 지급하지 않은 임금이 2억여원에 달한다"며 "심형래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에게 줄 임금을 체불한 상황에 또 다시 영화 제작을 하겠다며 투자금 유치에 나선 모습은 언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물론 신규 투자금으로 밀린 채무를 갚겠다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심형래의 행적을 살펴보면 투자금을 받아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헐리우드 진출을 시도했던 영화 '라스트 갓 파더'는 흥행 참패로 막을 내렸고, 2011년부터 기획해 온 영화 '유령도둑'은 2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애니메이션 '추억의 붕어빵'도 제작이 '표류' 상태인 건 마찬가지.

    이에 따라 영화계에선 "반드시 재기하겠다"는 심형래의 '호언장담'을 허언(虛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 ■ 중국·베트남 투자자들이 유일한 희망?

    그동안 언론을 통해 "'디워 3D 버전'이나 '디워2'를 구상 중"이라고 누누히 밝혔지만, 지난해 말 중국의 한 영화사로부터 '디워2' 초기 투자금 제안을 받았다는 뉴스만 전해졌을 뿐, 아직까지 변변한 소식조차 들리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은 철저히 의뢰인의 담보와 신용을 근거로 대출을 한다. 자선기관이 아닌 이상, 투자금이나 대출금 회수가 불투명한 고객에게 선뜻 돈을 빌려줄리는 만무하다.

    더욱이 심형래는 파산신청을 했다.

    자신이 과다한 채무로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음을 인정한 심형래에게 또 다시 거액의 대출을 해 줄 금융기관은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결국 심형래는 해외 투자자들의 '호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운좋게 중국이나 베트남 '큰 손'들로부터 투자를 받아낸다 해도 영화에서 '대박'을 터뜨릴지는 미지수다.

    지금껏 심형래는 국내 관객 840만명을 동원한 '디 워' 외에는 뚜렷한 실적을 낸 작품이 없다.

    '디 워'의 총 극장 매출이 589억원에 달하고 '용가리'가 미국 비디오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잠시 자존심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디 워'에 쏟아부은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회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영화 '디 워'는 전체 투자금 300억원 가운데 130억원만 회수해 170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야심차게 미국 진출을 시도한 '라스트 갓파더'는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당시 4월 1일 북미 전역 58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는 16만 2,307달러(약 1억 7,700만원)를 벌어들이는데 그치고, 개봉 3주만에 간판을 내렸다.

    국내에서 관객 250만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이를데 없는 성적.

    약 17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진 '라스트 갓파더'는 제작사와 투자·배급사의 손실율이 4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 ■ '신지식인 1호'에서 1백억대 채무자 전락..왜?

    김대중 정권 시절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되며 세간의 부러움을 샀던 심형래지만 지금은 1백억원대의 빚에 쪼들리는 가난한 채무자 신세로 전락했다.

    우선 '디 워' 제작에 무리한 투자를 한 탓이 컸고, 그가 제작한 작품들이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못하면서 회사경영에 필요한 자금의 흐름이 끊겼다는 데 있다.

    90년대 초반 영구아트무비를 설립하고 '티라노의 발톱' '용가리'등을 제작해 온 심형래는 '용가리'가 미국 비디오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거두자 블록버스터 '디 워'를 꿈꾸기 시작했다.

    당시 첨단 그래픽 기술이 총동원 된 '디 워'는 7년 간의 방대한 제작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수작이다.

    엉성한 시니리오 탓에 영화계에선 반응이 싸늘했지만 일반 관객들 사이에선 그럭저럭 호평을 받았었다.

    특히 국내 컴퓨터 특수효과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디 워'가 구현해낸 CG기술은 대단했다.

    실제로 외국의 엔지니어들이 '디 워'의 그래픽 기술을 배우기 위해 영구아트무비를 방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픽에 대한 주위의 칭찬에 고무된 심형래는 영화 개봉을 점점 뒤로 늦추고 CG 보강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개발·제작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를 충당하기 위한 추가 대출도 속속 이어졌다.

  • ■ 그래픽 칭찬에 고무..'디 워' 제작비 급상승

    다행히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던 '디 워'는 여러 면에서 투자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일단 '신지식인' 심형래가 연출을 했다는 자체만으로 관심을 모았고, 당시 국내 수준을 뛰어넘는 현란한 CG기술이 연일 언론상에 보도되면서 제작사나 투자사 모두 장밋빛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법원 기록을 살펴보면 2004년 영구아트는 심형래를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워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55억원을 빌리는 대출 계약을 맺었다.

    대출 이자는 연리 10%였고, 개봉 이후부터 5년 동안 '디 워'에서 발생한 이익의 12.5%를 지급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약정이었다.

    제작기간이 늘어나면서 영구아트는 2007년까지 총 14억원을 추가 대출받아 대출금 이자를 갚아나갔고, 개봉 이후에도 44억원을 대출받아 이자를 변제하는 방식을 되풀이 했다.

    '디 워'로 한국과 미국에서 적잖은 관객을 불러 모은 영구아트는 해당 은행에 총 90억여원을 갚았지만, 연리 10%에 달하는 이자는 결국 심형래에게 25억5,117만원의 채무를 안기고 말았다.

    이와 관련,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은 2009년 영구아트와 심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 2부는 지난해 3월 '피고인이 25억여원을 갚아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 ■ 무리한 대출, 보증계약 맺고 47억 빚더미

    또한 심형래는 영화 '라스트 갓 파더'를 제작할 당시 빌렸던 돈도 다 갚지 못해 보증기관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008년 심형래가 '라스트 갓 파더'를 제작할 당시 30억원의 대출보증(채권자 하나은행)을 섰고, 2011년 2월 4억원대의 수출신용보증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은 2010년 영구아트가 대출받은 12억원에 대해 보증을 섰다.

    2011년 9월 대출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심형래가 변제를 하지 않아, 보증을 섰던 한국무역보험공사와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대신 돈을 갚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한국무역보험공사와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심형래와 영구아트를 상대로 "대신 변제한 대출금을 지급하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재판 결과, 피고인 측의 책임이 인정돼 심형래는 영화제작으로 생긴 빚 47억여원을 추가로 갚아야 하는 코너에 몰렸다.

    심형래는 국민은행과도 악연이 있다.

    국민은행은 2009년 9월 심형래가 7,500만원을 대출한 뒤 만기일인 2011년 9월까지 변제하지 않자 지난해 5월 "7,500만원과 이자를 변제할 것"을 촉구하는 소송을 냈다.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33단독 재판부는 지난해 8월 17일 피고인 측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무변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여기에 심형래가 영화 '유령도둑' 제작 명목으로 받았던 4억9,000만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미디어플렉스는 2011년 3월 영구아트와 영화 투자계약을 맺고 5억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했으나 3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자 같은해 11월 투자금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열린 선고공판에서 "계약 사항을 이행하지 못한 영구아트는 제작사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 ■ 대출금 압박에 자포자기..영구아트 '폐업'

    막대한 대출금을 갚지 못해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심형래는 결국 2011년 7월 "빚 410억원 때문에 회사를 더 운용할 수 없다"며 영구아트를 폐업했다.

    이 과정에서 영구아트 직원들이 "8억9천여만원의 임금·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심형래를 고소하는 사건이 불거졌고, 심형래 개인의 치부를 건드리는 '카지노 출입설' '총기 불법 개조설' 등 다양한 루머들도 쏟아져 나왔다.

    이 중 '총기 개조설'은 경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2009년 10월 무렵 심형래가 영화 제작용으로 가스분사기 6정을 실탄발사용으로 불법 개조한 사실이 밝혀진 것.

    이에 심형래는 회삿돈 형령과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출국 금지 조치를 당하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심형래는 자신의 명의로 된 '자택'과 '영구아트 본사'까지 경매처분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서울 강서구 오곡동에 위치한 영구아트 본사는 2011년 10월 31일 건축사업가 이모씨로부터 40억원에 낙찰 됐다.

    '경매 대금'은 채권자인 에이스저축은행에 상당수 건네졌고, 나머지는 영구아트 직원들의 밀린 임금과 퇴금금 변제 등에 쓰였다.

    심형래와 부인 김모씨 공동 소유의 타워팰리스 아파트도 2차례 유찰되는 진통 끝에 임자를 만났다.

    지난해 8월 8일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C동 4004호는 최초 감정가(53억)의 75% 수준인 40억원에 낙찰됐다.

    이 자택은 채권자 하나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부동산 경매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 ■ "아직도 천문학적인 부채가.." 파산만이 살 길?

    심형래가 금융기관에 갚아야 하는 돈은 대략 130억~140억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심형래는 "영화제작사 영구아트무비 주식 외에는 재산이 없으며 빚을 100억원 이상 지고 있다"는 내용의 개인 파산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부동산 경매 등으로 일부 변제가 이뤄지긴 했지만 아직도 천문학적인 부채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심형래의 형편을 고려할 때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전혀 없다고 보고, '파산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애기가 나돌고 있다.

    만일 법원에서 파산을 선고하면 심형래는 남아있는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을 면제 받게 된다.

    그러나 심형래가 영구아트 직원들에게 체불한 '임금'과 '퇴직금'은 예외다.

    임금이나 퇴직금 등은 사업주가 파산을 하더라도 '비면책채권'에 해당하므로 심형래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몫이다.

    심형래의 개인파산 심사는 현재 서울중앙지법 파산1단독(판사 심영진)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 이종현 기자  
    ljh@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