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실9수석체제 개편안 발표, 국가안보실 비서실 산하로..일부에선 노무현 시절로 회귀라는 지적도
  • 5년만에 청와대 대통령실이 다시 비서실로 돌아간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바꿨던 이름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셈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입성할 청와대 조직의 뼈대가 21일 모습을 드러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 ▲ 김용준 인수위원장 ⓒ 이종현 기자
    ▲ 김용준 인수위원장 ⓒ 이종현 기자



    ① 간결하게?

    직제는 여전히 2실 9수석체제

     

    김 인수위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청와대 조직개편의 콘셉트를 ‘간결화’라고 설명했다.

    “비서실 조직의 간결화, 대통령 국정 아젠다 추진역량 강화, 그리고 국가 전략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 조직은 크게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2실 9수석 체제로 개편된다.
    국가안보실은 장관급 조직이긴 하지만 비서실 산하로 편성된다.
    현재의 청와대 정책실과 비슷한 위치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책실은 폐지되며 녹색성장, 대외전략 등 기획관 제도도 사라진다.
    다만 정책실 산하에 있던 미래전략 기획관은 미래전략수석으로 격상된다.
    또 사회통합 수석은 사라지고 대신 국정기획수석이 새로 생긴다.

    9개 수석을 열거하면 정무, 민정, 홍보, 국정기획, 경제, 미래전략, 교육문화, 고용복지, 외교안보 수석으로 재편되는 셈이다

    현재 조직에서 정책실장 및 기획관 제도를 폐지하고 일부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보고체계를 단순화했다는 것이 인수위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 정부 청와대 조직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 조직이 큰 틀에서 직제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이날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현행 3실장 8수석 6개기획관 제도를 2실 9수석으로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명박 정부 청와대 직제 역시 사실상 2실 9수석체제였다.

    3명의 실장이라고 표현한 조직 중 국가위기관리실은 수석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국가위기관실을 국가안보실로 ‘격상’하는 수준에 머무른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결국 비서실장 산하에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을 동시에 운영함으로써 의도했던 보고체계 단순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 ▲ 현 정부 청와대 직제 ⓒ 자료 사진
    ▲ 현 정부 청와대 직제 ⓒ 자료 사진



    ② 박근혜 청와대, 노무현 청와대와 흡사

     

    이날 발표 내용을 보면 박근혜 당선인이 입성할 청와대 직제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가장 먼저 비서실로의 명칭 회귀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정운영 추진력 확보를 위해 비서실이란 명칭을 대통령실로 바꿨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의 시도가 각 부처가 청와대 권력에 눈치를 보게 만들었고 부처 위의 부처 즉 ‘옥상옥’ 논란을 일으키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낳았다.

    박 당선인이 굳이 대통령실을 비서실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조직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에 국한시키고 각 부처 책임 장관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과거 청와대 비서실은 각 부처장관 업무를 조정하거나, 장관 중복 기능을 담당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청와대 비서실은 국정 운영의 선제적 이슈를 발굴하고, 행정부가 놓치는 일을 챙기며 사전 사후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각 부처는 장관이 실절즉으로 부처업무 수행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
         - 김용준 인수위원장


  • ▲ 21일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조직 구조도 ⓒ 인수위 제공
    ▲ 21일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조직 구조도 ⓒ 인수위 제공

     

    √ 두 번째로는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설치하는 점이다.


    이 제도는 노 전 대통령이 처음 실시한 것이다.

    이 부분은 어떤 인사까지 관할하는지 구성 위원들이 누가 될지 등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았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인사위의 구성에 대해서는 업무의 특성상 밝히지 않겠다.”
       - 윤창중 대변인


    큰 틀에서 대통령의 막강한 인사권을 어느 정도 내려놓겠다는 의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 당선인 입장은 장관들에게 산하기관 인사권을 다 넘긴다는 것이다.
    총리에게도 헌법에 보장된 권리와 권한을 보장하고, 장관들에도 마찬가지다.”
       - 인수위 고위 관계자

  • ▲ 인수위 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당선인 ⓒ 이종현 기자
    ▲ 인수위 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당선인 ⓒ 이종현 기자

    √ 세 번째는 국가안보실의 위상과 역할이 노 전 대통령이 설치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당초 인수위에서 국가안보실 신설 발표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 기구의 위상은 비서실과는 별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비서실 체제 속에 국가안보실장이 있는 것이다.”

    “두 실의 역할과 기능은 다르다.
    둘 다 비서실 산하인데. 9수석 편제 속에 외교안보수석실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달라.”


    하지만 이날 윤 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비서실 산하 기구로 머무르게 됐다.
    기존의 국가위기관리실이 좀 더 규모가 커진 것뿐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급박한 안보 사태에 대한 신속한 대응 기구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 당시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주축으로 대북 정책을 쥐락펴락했던 정책 기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게다가 비서실 하부에는 외교안보수석실도 여전히 존재함에 따라 업무보고 체계 간결화라는 본래 목적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