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가 ‘판정패’ 한 까닭은?



  •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문재인 안철수 토론은 사후의 여론추이를 볼 때 문재인 판정승(判定勝)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안철수가 역시 두루뭉수리였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자기 색깔을 나직하지만 분명히 드러냈다.

    반면에 안철수는 신중론과 점진론을 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온건론은 항상 강경론과 섞일 때는 밀리는 것처럼 인상지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안철수는 판정패를 자초했다.

    변화(또는 변혁)를 지향하는 데는 늘 급진과 온건이 있다. 이 때 온건이 살려면 급진과 치열한 노선 싸움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섣불리 울타리를 허물고 급진 쪽과 연합-통합-연대를 하다 보면, 반드시 녹아 없어지게 돼 있다. 이것은 역대 모든 변혁운동사들을 돌아보면 명백히 알 수 있다.

    사회주의 역사를 한 예로 든다면, 러시아 혁명기에도, 동유럽 공산화 과정에서도 온건파인 사회민주당은 극단좌파와 섞였다가 소멸했다.

    반면에 서유럽에서는 극단좌파와 100년에 걸친 투쟁 끝에 사회민주당이 승리했다.

    동방에서 극단파가 제압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객관적 여건(소련 무력의 존재, 사회경제적 후진성 등)들도 물론 있었지만, 러시아와 동유럽의 사회민주당이 극단파와 하는 통일전선에 대한 경계심이 희박했던 탓도 있었다.

  •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안철수도 자신의 정체성을 살리려 했다면 문재인(노무현 키즈, 486, 현장운동권, 원탁회의) 진영에 녹아들 통합은 의도하지 말았어야 했다.

    단일화를 해야 정권교체를 할 것이라는 산술은 있었겠지만, 당장은 설령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자기 고유의 색깔을 보전하는 것이 원칙에도 맞고 장래성도 있다.

    “박근혜로 대표되는 기성세력과,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경직된 이념 세력을 다 같이 거부한다”
    고 천명하고 미국 민주당 류(類)의 진취적 리버럴의 길을 가는 것이 안철수가 장기적으로 사는 길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이것도 나쁘고 저것도 나쁘다“고 한 자신의 당초의 존재이유를 저버린 채 당장의 코앞만 보고서 문재인 진영의 덫에 자청해서 걸려든 결과다.

    안철수는 결국 IT 분야는 잘 알아도 사회과학이나 이념 문제는 잘 모르는 사람임이 갈수록 드러나고 있다. 그런 걸 잘 알았더라면 저렇게 나이브하게 내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단한 도그마(dogma)로 무장한 급진파라는 것이 얼마나 간단치 않은 집단인지를 그는 모른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c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