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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박근혜ㆍ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전국기초광역의원 결의대회'에 나란히 참석, 단체장들의 발언을 들으며 밝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앞에 두고 유신헌법을 맹비난 했다.
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막바지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자신이 박 후보의 '맞수'에 더 적합하다는 점을 선명히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책으로 승부하기엔 후보 별 커다란 차별화가 없고, 무엇보다 시간이 급한 안 후보로서는 파급력이 세고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온 '과거사' 논란을 재점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새누리당에서 안 후보를 배제하고 문 후보로 단일화 될 것이라는 예측을 공공연하게 내놓고 있는 점도 안 후보의 발언 강도를 더 높이게 했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는 이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지방분권 촉진 전국 광역기초의회 의원 결의대회에서 박정희 시대의 유신헌법에 대해 "지방의회를 안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3천여명의 전국 광역기초의회 의원이 지켜보는 자리에서다. 또 무대 맨 앞 줄에는 박근혜 후보가 앉아 있었다.
"유신헌법에는 '지방의회는 조국통일이 이뤄질 때까지 구성하지 않는다'고 돼있다. 지방의회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의회를 안 하려했던 큰 이유는 지역민의 민의를 모은 지방의회가 지역공무원의 부정선거개입을 막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 안철수 후보이 발언에 박 후보의 표정은 굳어졌다. 안 후보의 축사가 계속되는 동안 박 후보의 옆자리는 그에게 인사하려는 사람들도 북새통을 이뤘다. 맨 앞줄에 앉은 사람들은 자리까지 바꿔가며 서로 박 후보에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박 후보는 그 와중에도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방의회를 거부했다"는 내용은 정확하게 들은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축사를 끝으로 두 사람은 같은 시각 행사장을 떠났지만 각자 다른 출구로 나가며 서로 마주치지 않았다.
당초 두 사람의 '조우'가 처음부터 불편했던 것은 아니다. 적어도 안 후보가 '유신비판'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썩 나쁠 것은 없는 자리였다. 10분가량 늦게 도착한 안 후보는 자리에 앉은 뒤 박 후보에게 말을 건네며 잠시 대화를 나눴다.
앞서 박 후보의 축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올 때마다 안 후보도 함께 박수를 따라쳤다. 또 박 후보가 정당공천 폐지를 언급할 때 안 후보는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수차례 끄덕이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지역 정치인들을 모두 모아놓은 자리에서 '신경전'은 빠질 수 없었다.
후보들이 도착하기 이전부터 여야로 갈린 객석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들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시행', '구호뿐인 지방자치 즉각 시정'이라 적은 플래카드를 내걸었지만 후보에 대한 반응은 극렬하게 달랐다.
그 절정은 김석조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공동회장이 결의문 발표시기를 놓고였다. 당초 사회자가 대선후보가 꼭 들어야 하는 내용으로 그들이 도착하면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안 후보가 늦어지면서 박 후보만 착석한 상태에서 먼저 결의문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일부 참석자들은 "야, 하지마! 야, 임마"라고 외치는 등 고함을 질렀고 어떤 참석자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에 박 후보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으나 결의문 발표는 계속됐다. 결국 안 후보가 도착한 뒤에 결의문을 '재탕' 낭독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후보의 축사가 진행될 때는 무대를 바라보고 오른쪽에 자리한 영남권 의원들의 환호가 잇달았고 안 후보의 때는 왼쪽에 앉은 호남권 지역의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