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특검 논란 속 개운치 못한 뒤끝..혼란만 야기역대 대통령 사저 예산 전용 논란..더하면 더했지
  •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광범 특검이 14일 끝을 맺었다.

    시작부터 민주당의 일방적인 특별검사 임명으로 시끄러웠던 이광범 특검은 사실상 야당의 일방적 추천으로 인해 태생부터 ‘정치 특검’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결국 개운치 못한 뒤끝을 보였다.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자녀를 소환, 카메라 셔터에 노출시켰다. 서면으로나마 영부인을 조사한 것은 물론 청와대 압수수색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특검이 내놓은 결과만 놓고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 특검, 새롭게 밝혀낸 것은 글쎄, 영수증 13억여원만 남겨…


    이번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한 특검은 이광범 특별검사를 비롯해 검사 4명, 군법무관 1명, 검찰 공무원 17명 등 총 65명의 인원이 동원된 대규모 수사팀이었다.

    아직 세세한 내역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들 65명이 수사기간 30일 동안 쓴 돈은 무려 13억여원. 모두 국민의 ‘혈세’임은 물론이다.

    막대한 예산 뿐 아니라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를 공개 소환한 것을 비롯하여 대통령의 형 이상은 회장,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20여명의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약 40회에 걸쳐 소환 조사했다.

    모두 51개 항목 206페이지에 달하는 경호처 기밀자료를 비롯해 많은 자료도 제출 받았다. 경호처에 대해서는 유례없는 압수수색을 벌였다. 거의 성역 없는 광범위한 수사였다는 것은 특검 내부에서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 ▲ 이광범 특검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문화회관에서 내곡동 사저 특검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이광범 특검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문화회관에서 내곡동 사저 특검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특검이 앞서의 검찰조사와 비교해 새롭게 밝혀낸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달라진 점이라고는 사저 부지 매입 실무를 담당했던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청와대 직원 김태환 씨를 배임 혐의로 청와대 직원 심 모 씨를 공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를 특검이 새로운 혐의점을 찾아냈다고 볼 수는 없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기존의 검찰은 이를 범죄로 보지 않았지만, 특검은 법률적 해석을 달리 했다는 것일 뿐이다.

    청와대 역시 특검이 적용한 취득 당시의 감정평가 금액이 지극히 형식적인 기준이라는 지적을 내세우며 특검이 일방적으로 법률을 적용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이 혐의가 ‘유죄’로 판결날 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애초의 수사 목표였던 이명박 대통령 일가에 대한 범죄 혐의는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부동산실명거래법은 물론, 시형 씨에 대한 배임 혐의도 기소하지 못했다. 의혹이라고 잔뜩 부풀렸던 시형 씨가 이상은 다스 회장으로부터 빌린 6억원의 출처도 밝혀내지 못했다.

    그나마 수사 결과라며 내놓은 게 있기는 있다. 김윤옥 여사가 아들 시형 씨에게 6억원을 대출 받을 수 있도록 논현동 땅을 담보로 내줬다는 편법 증여 의혹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국세청은 ‘까다롭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결국 이런 저런 의혹들을 제외하고 나면, 특검이 30일 동안 13억여원을 들여가며 밝혀낸 ‘사실’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 매번 시끄러운 대통령 사저, 전직 대통령은 어땠나?

    이번에 특검이라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지만, 전직 대통령들의 퇴임 후 사저 문제는 계속 불거져 온 문제다.

    전직 국가 원수라는 점 때문에 퇴임 대통령 사저 주변에 경호동을 설치하는 등 일정한 규모의 시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일반 민간인의 신분으로 살던 기존의 집에 경호 시설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아 사저 주변 환경 정비 등에 사실상 국고를 투입하는 것이 ‘관례’적으로 있어 왔다.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국가 예산 전용 논란이 벌어졌었다.


    ➀ 김대중 대통령


    이번 내곡동 의혹의 시작이었던 ‘왜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 부지를 아들인 시형씨가 매입했느냐’는 의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 건립 과정에서 일어난 ‘비판’이 원인이었다.

    대통령 사저가 건립된다는 소문이 돌면, 땅값이 급격히 오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에는 인근 2개의 필지를 건물과 함께 7억800만원에 매입해, 경호동을 신축했다.

    하지만 이 땅은 당초 감정평가에서는 5억5천800만원에 불과한 땅이었다. 그나마 7억800만원도 대통령 사저 경호동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된 땅 주인이 10억원이 넘게 부른 가격을 깎고 깎아서 산 금액이다.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와 실제 매입액의 차이 1억865만원은 국고인 경호실에서 특수활동비로 지급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 당시 청와대는 매매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하고 국유재산관리대장에도 사실과 다른 내용(매입가 5억 5천800만원)으로 기재하는 일종의 ‘범죄’를 저질렀다.

    특히 2002년에는 수행원 대기실 명목으로 2억6천4백만원을 들여 별도 경호동을 신축했는데 이 시설이 경호시설의 역할보다는 사실상 사저의 용도로 사용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 같은 내용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 허위계약서 작성, 직권남용, 공무원법 위반, 직윈사칭 등이 문제로 불거졌고,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정식 사과도 했다.

    특히 당시 국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사저 문제와 마찬가지로 사저동과 경호동의 평당 건축비 비용을 비교했을 때 사저동이 훨씬 싸게 나온 점에 대해서 경호동 건축비가 사저 건축비로 부당하게 전용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화마을 전경. 봉화마을 역시 건립 과정에서 경호동의 예산이 사저 건축에 쓰인 정황이 드러나 있으며 특히 주변 환경 조성에 수백억원이 쓰이면서 '아방궁' 논란을 낳았다. ⓒ 연합뉴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화마을 전경. 봉화마을 역시 건립 과정에서 경호동의 예산이 사저 건축에 쓰인 정황이 드러나 있으며 특히 주변 환경 조성에 수백억원이 쓰이면서 '아방궁' 논란을 낳았다. ⓒ 연합뉴스


    ➁ 노무현 대통령

    새로 사저를 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봉화마을’도 입도마에 자주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 경호시설은 김해시 진영이라는 지역 특성상 부지 매입비용은 2억5천6백만원에 불과했지만, 문제는 사저와 경호시설의 구분이 애매모호했다는 점에 있었다.

    특이하게 사저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면서 그 부지에 인접경호동을 일체로 건축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저와 경호동은 설계와 시공이 모두 같은 업체에서 진행됐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은 경호동 지상에 있던 침실 2개와 회의실 등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고, 내부 집기들도 모두 경호실 예산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호동 지하에 있던 휴게실, 미용실, 주차장 등도 모두 사저의 필요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사실상 경호의 용도로 사용된 사실이 거의 없다.

    비율로만 봐도 사저와 경호동은 면적 비율이 63:37 정도였지만, 최종적인 건축비용은 사저동에 13억1천386만원, 경호동에 12억 5천773만원이 들어 비용 비율은 51:49로 떨어졌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 사저의 경우 사저동은 평당 건축비가 163만원에 불과했지만, 경호동은 265만원으로 껑충 올랐다.

    사실상 경호동 건축비용(국고)의 상당 부분이 사저 건축에 사용된 셈이며, 비율만 계산하더라도 경호동 건축비 중 3억여원이 사저 건축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봉화마을을 꾸미면서 주변에 퍼부은 주변 환경 정비 및 조성금이다. 물론 모두 국비로 진행됐다.

    사저 뒤편에 위치한 봉화산 일대 300ha에 김해산림 경영모델 숲을 조성한며 무려 31억원(국비 15억원, 지방비 16억원)을 썼다. 사저 건립과 함께 진영읍에 지은 도서관과 문화센터 비용은 3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사저 인근 화포천 생태가꾸기 사업에도 약 400억원이 소모됐다.

    싼 부지 매입금 대신 대통령 사저 주변에 ‘신도시급 환경 조성 사업’을 벌였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