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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풍문여자고등학교에서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이 교문을 나서며 가족의 마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막을 내렸다.이쯤되면 하나의 규칙이 나올 법도 하다. 작년에 수험생을 골탕 먹였던 언어와 수리 가형은 올해 난이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지난해 만점자를 양산해 낸 외국어와 수리 나형은 변별력과 난이도를 크게 높이면서 수험생들을 패닉에 빠트렸다.
1년 단위로 반복되는 영역별 ‘널뛰기’ 난이도에 수험생들은 올해도 혼란에 빠졌다.
내년부터 바뀌는 수능체제에 대한 부담과 ‘쉽지 않은’ 수능의 영향으로 수시 2차에 승부를 거는 수험생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1. 중위권, 어려운 수능에 혼란..하향 안정지원, 눈치경쟁 막판까지 거셀 것
몇 년 전부터 수능 단골 키워드로 등장한 ‘EBS 연계율’은 이번만은 크게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수험생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외국어와 수리 나형의 경우 EBS와 연계되지 않은 문항을 중심으로 고난이도 문제가 다수 출제되면서 변별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수능의 이런 특징이 EBS 콘텐츠에 의지해 입시를 준비한 상당수 중위권 학생들을 당황케 해 점수 하락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때문에 이번에도 정부의 말만 믿고 입시를 준비한 학생들만 선의의 피해를 입었다는 쓴소리가 만만치 않다.
입시전문가들과 전국의 진학담당 교사들은 이번 수능이 상위권보다는 중위권에게 특히 어려웠다는 데 별 이견이 없다.
당장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조건으로 합격한 수험생들이 기준을 넘기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올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편으론 변별력이 확보되면서 정시 및 수시전략을 짜는 데 수월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내년 말 치러지는 2014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체계가 전면 개편되는 부담까지 있어 올해는 어느 해 보다도 중위권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위권을 기준으로 극심한 눈치경쟁과 하향 안정지원 추세가 뚜렷할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희망하는 대학의 전형별 요건과 영역별가중치, 변환표준점수 적용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 1대1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어려웠던 외국어와 수리 나형에서 ‘선방’한 수험생이라면 수시보다는 정시모집에 승부를 걸어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2. 수험생 ‘맨붕’ 이끈 외국어, 지난 해와 딴 판..평가원 난이도 조절 실패 ‘눈총’
올해 수능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국어 영역의 난이도 상승이다.
무엇보다 중상위권 점수의 하락이 눈에 띈다. 지난해 수능에서 외국어는 한 문제 차이로 1, 2등급이 갈릴 정도로 쉽게 출제됐다. 만점자 비율은 무려 2.67%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년 사이 난이도가 ‘널뛰기’를 한 것이다.
외국어는 작년 1, 2등급컷이 97점과 94점으로 한 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달라졌지만 올해는 92점과 84점(메가스터디 추정치)으로 차이가 8점으로 벌어졌다.
중상위권 이하부터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수 하락폭이 커 수험생들의 하향 안정지원 경향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위권에서는 변별력의 확보로 입시전략을 수립하는데 한결 수월해 졌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수험생이 가장 어려워하는 빈칸 채워놓기 문제도 올해는 6문제 중 2문제만 EBS와 연계되면서 체감난이도를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EBS 비연계 문항의 난이도 역시 상당히 높아 상위권과 중위권을 가르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3. 문과생, ‘수리 나’에서도 고전..외국어에 이어 ‘이중고’
작년 만점자 비율 0.97%를 기록하며 유일하게 난이도 조절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수리 나형은 올해 외국어와 함께 문과생들을 패닉에 빠트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가·나형 공통문항인 30번 문제는 풀이를 위해 지수 로그함수 그래프와 역함수에 관한 고차원의 응용력이 필요해 상위권에서는 합격의 당락을 가를 핵심변수로 꼽힌다.
전체적으로 깊은 수학적 사고와 응용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아 변별력을 높였다. 실제 가채점 결과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메가스터디 추정치에 따르면 수리 나형의 1등급 컷은 원점 수 기준 92점으로 작년보다 4점이나 떨어졌다. 2, 3등급컷은 격차가 더 벌어져 지난해에 비해 각각 6점, 5점이 내려갔다.
대성학원이 내놓은 표준점수 추정치를 보면 수리 나형의 1등급 컷은 137점으로, 외국어(132점), 수리 가(131점), 언어(124점)보다 훨씬 높았다.
표준점수가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시험이 어려웠다는 것을 뜻한다.
#4. 악마에서 천사로? 언어, 수리 가형 대체로 수월..등급 컷 상승, 변별력은 약화
작년 수험생들에게 절망을 안겼던 언어와 수리 가형은 올해 문제 수준을 낮추면서 난이도 조절에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을 보여줬다.
작년 만점자 비율이 불과 0.28%에 그치면서 학부모와 수험생의 원성을 샀던 언어는 올해 주요 영역 가운데 가장 수월했다는 평가다.
문학은 대부분의 문항에서 EBS와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 나왔고, 비문학 역시 기체 이상방정식과 음성인식기술을 설명한 지문을 빼면 대체로 평이했다.
작년 만점자 비율 0.31%를 기록했던 수리 가형도 난이도가 낮아졌다는 반응이다.
영역별 등급 컷은 언어의 경우 1등급 98점, 2등급은 95점으로 지난해에 비해 각각 4점, 7점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메가스터디 추정치 기준).
수리 가형 1등급 컷은 메가스터디 기준 92점으로 89점에 그쳤던 작년에 비해 3점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2, 3등급컷도 84점과 76점으로 작년보다 2점씩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언어와 수리 가형은 난이도를 낮추면서 수험생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는 도움이 됐다.
그러나 쉬운 수능의 고질적 난제인 ‘변별력 실종’이 또 다른 근심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 난이도가 낮을수록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 입시지도가 그만큼 힘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시 등급 컷 충족을 조건으로 수시 1차에 합격한 수험생들은 3점짜리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달라져 합격이 취소되는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
#5. 가채점 외국어, 수리 약하면 수시에 승부..수시합격생 정시지원 불가 ‘주의’
가채점 결과 외국어와 수리에서 ‘선방’하고 언어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은 수험생은 정시모집에서 소신껏 지원하는 것도 좋다.
자연계 수험생은 정시모집에 앞서 수리 가형과 과학탐구 지원자 수의 증감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올해 수능에서 자연계 학생의 40%는 수리 가형을 선택하지 않았다. 반면 과학탐구 응시자는 늘었다.
수리 가형과 과학탐구를 전형요소로 반영하는 대학은 경쟁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수리 나형과 과학탐구를 반영하는 곳은 지난해에 비해 경쟁률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정시모집 선발인원이 줄어들어 그만큼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좁아졌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위권 학생들은 정시보다는 수시에 초점을 맞춰 입시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
수시1차에 지원했는데 가채점 결과가 최저학력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수시2차에 승부를 걸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정시모집 응시가 불가하므로 ‘묻지마 지원’은 금물이다.
언어와 수리 가형은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동점자가 늘어 날 수 있어, 학교별 동점자 처리기준도 미리 살펴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