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文-安 후보님, 저출산 대책 있으신가요?
    -갈수록 떨어지는 한국 출산율과 늘어나는 사교육비 부담-

    지 신 정   (한국선진화포럼 10기 NGL)
     

      온라인 교육업체 메가스터디 설립자인 손주은(51) 사장은 시가 총액 4298억 원대 주식을 보유한 학원재벌이다. 한국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내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뜨거운 교육열은 사교육에 대한 엄청난 투자로 이어졌다. 그 결과 학원이 우후죽순처럼 늘었고 이른바 ‘학원재벌’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학부모가 자녀의 성공을 위해 교육비에 투자하고 그 과정에서 학원이 재벌 수준의 수익을 올리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선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이 출산율 저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학원재벌의 등장이 시사하는 문제는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30개 회원국 중 GDP대비 공교육비 지출 비중에서는 23위를 차지했지만, 사교육비 지출 비중은 최고를 기록했다. 사교육비 부담에 대한 시민의 불만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인터넷 게시판에선 사교육 문제에 대한 네티즌의 항의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엔 한 블로거가 대선 후보들에게 쓴 편지 형식의 글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사교육은 국민을 피 흘리게 한다”며 “서민 가정은 사교육비라는 핵폭탄에 등골 빠져 이미 인사불성이 되어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단기적 출산수당을 넘어선 근본적인 교육개혁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네티즌들은 이에 공감하며 댓글로 “아이 낳기 겁난다,” “제 먹을 것 갖고 태어난다는 것은 이미 옛 말이다,” “교육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돈 벌어서 다 학원에 바칠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 ▲  1990~2000년 한국 가구당 사교육비, 공교육비 액수 변화
    ▲ <그림1> 1990~2000년 한국 가구당 사교육비, 공교육비 액수 변화

  • ▲  1970~2008년 한국 신생아 수 변화
    ▲ <그림2> 1970~2008년 한국 신생아 수 변화

     
      위의 <그림1>과 <그림2>는 각각 연간 사교육비 및 공교육비 액수 변화와 신생아 수의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이다. <그림1>은 최근 20년 동안 각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급격하게 상승해왔음에 비해 공교육비 지출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그 결과 20년 사이에 사교육비와 공교육비의 지출 격차는 확연하게 벌어졌다.

      한편, <그림2>는 베이비붐 시대인 1980년대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기간에 걸쳐 감소한 신생아 수를 보여준다. 물론 <그림1>과 <그림2>의 연관성을 100% 확언할 수는 없다. 인구정책 등 다른 요인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요인을 동일, 혹은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두 표를 비교하면 사교육비 부담과 출산율이 반비례하고 있음을 도출해 낼 수 있다.

      공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 부족은 교육 질의 저하를 야기했고 자녀를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은 공교육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교육비 지출이 점차 늘었고 이 현상은 부부가 아이를 낳고 교육하는데 부담을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교육비 부담 가중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야기한 주요 요인이다.

      사교육비 부담 문제를 해결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하여 프랑스가 1970년대부터 30년에 걸쳐 실시한 적극적인 공교육 진흥 정책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낳기만 하면 국가가 길러준다’는 모토를 내세워 1970년대부터 일찌감치 국가 위기적 차원에서 출산율 향상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였다.

      그 결과 현재 합계 출산율 2명을 넘어서며 유럽 국가들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아래 <그림3>은 1965년부터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 출산율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1970년대부터 시작된 프랑스 정부의 출산진흥정책의 결과 출산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한 결과를 보여준다.

  • ▲  1960~2005프랑스 합계출산율, 출처: The World Bank
    ▲ <그림3> 1960~2005프랑스 합계출산율, 출처: The World Bank


     

      이러한 정책들 중 특히 공교육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는 사교육 필요성을 없애고 예비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출산율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사교육비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교육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학교 외 교육에 따른 부수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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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4>

     
      <그림4>는 1980년대부터 2010년까지 10년 단위로 각 교육 수준에 따른 프랑스의 공교육비 투자 비율을 보여준다. 프랑스는 제1차, 2차, 3차 교육을 가리지 않고 전체 공교육비 예산을 점차 늘려갔다. 그 비중은 특히 제3차 교육에 집중됐다.

      이 예산 변화를 프랑스의 1980~2010년 합계출산율과 함께 비교해보면 두 지표가 비례관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가 공교육비 지출 비중을 늘려갈수록, 공교육을 신뢰하며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프랑스 커플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를 낳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교육제도 개선을 통해 프랑스처럼 공교육의 질을 높여 학부모의 신뢰를 얻는다면 사교육의 지나친 확대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각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자녀계획에 있어 교육에 들일 막대한 비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므로 자연스럽게 출산율이 상승하게 된다.

  • ▲  한국 1970~2008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 추이
    ▲ <그림5> 한국 1970~2008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 추이


      <그림5>는 1970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의 합계출산율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이다. 1970년대부터 한국의 출산율은 끊임없이 하락하여 2008년 기준 1.19명을 기록했고 가장 최근인 2011년 기준으로는 1.24명으로 집계되어 세계 최하 수준에 속했다. 1970년부터 수십 년간 이어진 지속적인 출산장려정책으로 점차 출산율이 상승하고 있는 프랑스 사례와 매우 상반되는 이런 변화 추이는, 한국의 위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 수가 40년에 걸쳐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출산장려 대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증가율 둔화는 인구 구성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쳐 국가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한국 출산율은 더욱 하락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적 노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적극적이고 실용적인 출산장려 정책 마련은 하루라도 빨리 추진돼야 한다. 공교육 강화를 통한 출산율 상승 효과야말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생산적 복지가 될 것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대선 후보들은 앞서 언급했던 공교육비 투자 확대와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 사교육비 부담에서 오는 출산기피문제를 해결할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추세라면, 아이를 낳기도 전에 아이에게 들어갈 교육비부터 추산하는 웃지 못할 상황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없는 국가엔 미래도, 희망도 없다. 100년 뒤를 내다보고 대한민국 교육정책을 혁신적으로 바꿀 대선 후보. 나는 그 사람에게 한 표를 던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