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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後光을 스스로 꺼버린 박근혜의 초라함
박근혜 지지의 반 이상은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지지였다.
위대한 혁명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는 왜소한 존재가 된다.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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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발표된 大選 여론 조사에서도 朴槿惠 후보가 지지율 하락세를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3者 대결에선 1등이지만 兩者(양자) 대결에선 안철수 후보는 물론, 문재인 후보에게도 밀린다.
문재인과 안철수 씨 사이의 단일화는 거의 틀림 없을 터이니 朴 후보는 대단히 어렵게 되었다. 추석 민심이 大選 투표날까지 잘 바뀌지 않는다는 俗說(속설)도 있다.
박근혜 후보는 회복할 수 없는 전략적 실수를 이미 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 좌파진영에서 발신된 복지포퓰리즘 및 경제 민주화에 편승함으로써 脫보수 노선으로 접어든 데다가 우파의 종북척결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보수의 영웅인 아버지마저 부정해버림으로써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을 버린 셈이다.
좌익의 선동과 기회주의자의 권유에 넘어가 한국의 역사적 인물중 가장 인기 있는 아버지의 後光(후광)을 꺼버린 自我(자아)부정적 행위는 나중에 "아, 이것 때문에 졌구나"라는 후회로 남을지 모른다. 문재인 후보가 역사의 실패자인 노무현의 후광을 이용하여 여기까지 온 것과 대비된다.
국민들의 약 70%가 박정희 시대의 쟁점인 유신 시대까지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딸이 나서서 아버지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부정해버린 뒤로는 갑자기 박근혜 자신이 외롭게 되었다.
박근혜 지지의 반 이상은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지지였다.
위대한 혁명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는 왜소한 존재가 된다.
後光에 가려졌던 약점들이 노출될 것이다.
지고 다니던 '영광의 역사'를 너무 무겁다고 내려버린 朴 후보는
그 짐이 사실은 後光이고 방패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수호 세력, 즉 정통보수 세력은 지난 10년간 이어진 朴 후보의 좌경화엔 침묵하였으나 이번엔 다르다. 그들은 박근혜 씨의 과거사 사과를 자신들에 대한 배신 및 종북좌파에 대한 백기투항으로 받아들인다. 朴씨를 밀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우파는 反朴, 親朴으로 분열되고 새누리당은 自中之亂에 빠져들고 있다. 이념무장이 된 조직은 위기 때 뭉치는데, 안 된 조직은 분열한다. 박근혜 세력은 1997년의 한나라당과 李會昌 후보의 길을 걷고 있다. 朴 후보의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후보 사퇴론이 나오거나 親李세력이 이탈할 것이다. 朴 후보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더욱 좌경화할 것이다. 아버지를 憲政파괴범으로 몬 '5.16-유신 부정'에 이어 아버지를 암살 배후자로 몰게 될 선동세력의 장준하 추락사 재조사 요구까지 들어주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역사와 民心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한 박근혜 후보의 치명적 실수는 참모 탓이 아니고 본인의 운명이다. 성격이 運命(운명)이란 말이 생각난다. 朴 후보가 비장한 자세를 취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5.16과 유신, 아버지, 그리고 한국 현대사의 정당성은 양보할 수 없다"고 나섰다면 국민들을 감동시켰을 것이고 동정심을 자극, 박정희-육영수 지지는 '박근혜 지지'로 전환되었을 것이다.
그런 싸움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가 이번에 판명난 셈이다. 이는 대통령이 될 운명인가, 아닌가의 판가름이었을지도 모른다. '표를 얻기 위하여 위대한 아버지를 판 딸'이란 세상의 말은 아버지가 자신의 존재 이유인 朴 후보에겐 너무나 깊은 상처이다. 문제는 전략적 실수를 회복할 시간과 의지가 있는가이다.
유일한 희망은, 종북좌파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따라서 이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져 보수층을 대동단결시키는 것이다. 4.11 총선 직전처럼 종북좌파 세력의 자충수가 있어야 하고 朴 후보와 새누리당이 종북좌파를 공격해야 그런 기적의 조건이 만들어질 것이다. 朴 후보의 입에선 從北척결이란 말이 한번도 나온 적이 없다. 종북좌파는 철저하게 이념전쟁을 하는데 朴 후보는 이를 피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이념대결을 피하는 게 당선 전략이라고 굳게 믿은 결과가 실패인 줄 알아도 투표 80여 일을 남겨둔 지금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지난 5년간 사실상 확정된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씨는 아직도 집권 후의 청사진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다. 國政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懷疑(회의)를 부르는 대목이다.
東西洋의 선거 사례를 아무리 뒤져 보아도 새누리당과 朴 후보처럼 줄기차게 지지층을 경멸, 외면, 배신하고 일편 단심 敵에 영합하고도 정권을 잡은 예는 없다.
그런 점에서 4.11 총선은 기적이었다. 새누리당이 만든 기적이 아니라 불안해진 보수층이 만든 기적이었다. 기적은 그러나 되풀이 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