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회창→박근혜→이명박(숨차네..)(다시)→법륜 스님→안철수, 마침내 문재인 품으로!!!
  • <윤창중 칼럼세상> 

     침을 뱉고 싶다


  • ▲ 윤창중 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 윤창중 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비애(悲哀)에 잠시 젖는다. 그러나 결코 놀라지 않았다. 

    보수우파에 편승해 30년이 훨씬 넘는 길고 긴 세월 동안 권력의 단물 빼먹다가, 그게 떨어지니 안철수 쪽으로 줄 바꿔 멘토 행세 하다가 퇴짜 맞는 망신당하더니, 다시 민주당으로 훌쩍 날아가 문재인의 그 이름도 거창한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이 됐다는 윤여준! 놀라지 않았다. 왜? 

    나는 그를 원래 그런 인물로 관찰해왔다. 그의 노회한 언론 플레이에 놀아난 애송이 정치부 기자들이 그의 말만 믿고 한나라당의 제갈공명이니 책사(策士)니 하고 대단한 인물로 묘사하는 데 대해 난 전혀 동의하지 않아왔다. 

    그는 단지 권력만을 쫓는, 전형적인 ‘영혼 없는 정상배(政商輩)'라는 게 내가 정치부 기자 30여년을 하면서 일관되게 가졌던 인물평! 그 얘기를 풀어 보자. 

    

  • ▲ ‘영혼 없는 정상배(政商輩)'라는 평을 듣고 있는 윤여준.ⓒ
    ▲ ‘영혼 없는 정상배(政商輩)'라는 평을 듣고 있는 윤여준.ⓒ

    1982년쯤인가, 여의도 국회출입기자실에 살살 웃는 얼굴에 홀쭉한 체격의 한 인물이 나타나 명함을 돌리며 굽실굽실 인사를 하고 다녔다. ‘윤여준’이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 국회의장 채문식의 공보비서관으로 부임했다고 했다. 

    싱가포르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공보관으로 있다가 왔다고 했다. 아, 박정희 정권 시절 신문사에서 나와  주일한국대사관 공보관으로 갔다(1977년)는 윤여준이 싱가포르를 돌아 국회의장 비서관으로 왔구나. 

    그런지 얼마 안 돼, 몇 달이나 지났을까 윤여준이 또 인사를 왔다. 청와대 공보비서관으로 간다는 것, 그래서 “청와대에서 무슨 일을 하시게 되나요”라고 물으니 우물쭈물. 

    나중에 알고 보니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가 시중에서 웃음거리로 오르내리니까 이순자의 언론노출을 조정하는 자리를 만들어 윤여준을 앉힌 거였다. ‘이순자 전담 비서관’. 

    그러더니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자리 바꿔 전두환·이순자와 거리를 조금 두는 듯 하다가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자 정무차관으로 승진하는 것 아닌가? 어, 이상하다. 전두환 정권에서 청와대 비서관하던 사람들 거의가 실업자가 됐는데, ‘이순자 전담 비서관’ 출신이 정무차관으로 간다? 

    기가 막히게 줄을 바꾸는구나. 그래서 전두환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을 지냈던 허주(虛舟) 김윤환을 만난 자리에서 물어봤다.

    “윤여준 차관은 어떻게 승승장구하고 있나요?”

    허주가 말했다.

    “윤여준이는 내가 챙겨준 거다.”

    전두환에 이어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만든 김윤환의 끈을 붙잡은 것. 

    윤여준은 김영삼이 집권했는데도 계속 살아남아 안기부장 언론특보로 자리를 바꾸더니,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으로 전격 부임했다. YS의 가신 이원종과 홍인길의 줄과 여기에 또 YS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인 김윤환의 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상도동 측근들이 전해주었다. 

    YS 정권 말기에 환경장관을 지냈다가, 다시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이회창의 곁에 나타났다. 정무특보였다. 

    이회창은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을 대선후보로 두 차례나 만들어준 김윤환을 전격 낙천시켰다. 그 배경은?

    이른바 ‘살생부’의 기획자 중 한명이 바로 윤여준! 

    자신의 정치적 대부(大父)인 김윤환의 목을 내려친 것. 윤여준은 직접 김윤환의 지역구인 경북 구미에 내려가 딴 후보를 물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윤환은 나에게 “윤여준이 그 놈아는 내 사람이었는데, 아무리 정치라고 하지만 어떻게…”, 말을 잇지 못했다.

    이회창이 대선패배로 사라진 뒤 한나라당 당대표가 된 최병렬의 일급 참모로 윤여준은 또 나타났다. 야, 정말 대단하구나! 

    그러더니 박근혜가 ‘천막당사’의 당대표로 등장하자 다시 박근혜의 오른팔 기획통으로 등장했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의 선거기획본부장으로 날렸다. 

    그러나 박근혜가 윤여준에게 비례대표 한자리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토라진 건지, 다른 말 못할 불화가 있었기 때문인지, 박근혜가 윤여준을 알고 보니 기획통도 아닌 걸 알아 멀리했기 때문인지, 윤여준은 박근혜와 결별했다. 

    그러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자 인사 때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니 총리 후보로 오르내리다가 결국 아무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고 정치권에서 없는 듯이 지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법륜 스님’과 시민세력 어쩌니 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새로운 통합의 길을 모색한다고 떠들어대는 단체를 만드는 데 끼어있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런 꿍꿍이 수작도 하지 않고 은퇴해버릴 윤여준이 아니지. 나이 73살이지만. 

    지난해 느닷없이 안철수의 ‘청춘콘서트’ 기획자로 등장했다. 안철수의 멘토로 언론에 나서기 시작했다. 

    “안철수 교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이미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제3의 정당을 만들 것”이라는 둥 안철수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언론에 대고 노골적으로 측근 행세를 하다가 안철수로부터 “윤 전 장관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300명은 된다”고 한방 얻어맞는 망신을 당했다. 

    그러자 안철수와 인연을 끊어버리고 느닷없이 <TV조선>에 나타나 사회자를 몇 개월 하며 안철수한테 욕해대다가 사라진 뒤, 어째 조용하다 했더니 어제 문재인의 곁으로 가버렸다. 

    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회창→박근혜→이명박→법륜 스님→안철수, 마침내 문재인을 향해 달려갔다. 

    정치권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만큼 여야를 넘나들며 권력을 누려온 ‘인간문화재’!

    윤여준의 아버지는 이승만 대통령의 경무대에서 비서관을 지낸 분. 말하자면 부자(父子)가 대한민국 현대정치사를 통틀어 ‘오른쪽’에 서왔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현충원 묘역 참배도 하지 않은 ‘골수좌파’ 문재인한테 가면서 하는 말.

    “저는 민주당에는 입당하지 않을 겁니다. 이대로 보수·진보로 나뉘다보면 (대한민국) 공동체가 해체될 것 같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 제가 국민통합을 하러 가는 거죠. 헤헤헤~”

    헤헤헤…. 미꾸라지처럼 미끌미끌 잘도 빠져나간다. 

    더 들어보자.

    “저는 선거기획에는 참여하지 않을 겁니다. 국민통합이라는 업무와는 다르기 때문이죠. 헤헤헤~”  

    얼마 전 또 다른 ‘철새’를 우리는 보았다. 누구?

    민주당에서 안철수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날아간 박선숙! 

    김대중 정권에서 청와대 공보수석까지 하고, 노무현 정권에서 환경부 차관 지내고, 다시 생긴 민주당에서 비례대표 금배지 달았다가, 중앙당사에 김대중과 노무현의 영정(影幀) 모셔놓고 있는 민주당의 사무총장까지 맡아 민주당 안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 것까지 훤히 알게 되면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박선숙은 민주당을 버리고 안철수한테 날아갔다. 

    이런 얼굴 두꺼운 정상배들과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야하는 건. 어휴~ 피곤하다.
    참을 수 없다. 침을 뱉어버리고 싶다.

    이런 사람들의 끝이 어디가 될 것인지 지켜보기 위해 정말 오래 살고 싶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 칼럼니스트/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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