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창중 칼럼세상>

     안철수에게 연민(憐愍)의 정을 다시 보내며  

     음흉스럽다. 너무너무 엉큼하고 속이 시커멓다. 안철수, 어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학위수여식에 나타나 기자들이 대선 출마 선언 시기에 대해 묻자, “저도 몰라요. 죄송합니다.” 안철수 본인도 언제 출마할지 모른다니, 세상을 살면서 위선적 인간을 많이 봐왔지만 이 정도의 위선자를 접하게 되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  대선이 고작 3개월 20일 밖에 남아있지 않은 시점에서, 박근혜와 함께 지지도 쌍벽을 이루고 있는 인물이 아직도 언제 출마할지 모르겠다고 빠져나가는 이 태도! 이런 무책이이 세상 어디에 있나! 말로는 소통 어쩌구 하지만 자신이 유리하지 않으면 절대 나서지 않고 속내를 은폐하는 철저한 계산형 인간!

    이런 인물이 만약 대통령 되면? 그 때부턴 국민을 졸(卒)로 보고 마이웨이로 가는 오만이 차고 넘쳐 날 것! 

     안철수가 느닷없이 출연한 SBS 예능프로 힐링캠프가 방영된 게 언제? 7월23일, 이미 40일이나 지났다. 그 때 뭐라고 했나? “내가 잘 할 수 있는지, 감당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다시 묻자, “조만간 내리겠다.” 그 발언부터 따져 봐도 40일이 흘렀다. 그런데 뭐? “저도 몰라요”? 

     그야말로 웃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안철수의 측근이라는 변호사 금태섭이 어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한 말들은 안철수가 물밑에서 대선 출마를 위한 준비를 끝냈음을 밝히고 있다.
    금태섭은 “만약에 (출마를) 한다면 준비는 다 돼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같이 할 사람이 만들어지고 있고, 많은 사람이 뜻을 함께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출마 선언 시기에 대해 “저도 몰라요”라고 한 말이 사실을 위장하기 위한 ‘거짓말’임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다.

     안철수는 출마 선언 시기에 대해 자신도 모르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D 데이’를 정해 놓았다고 봐야 한다. 언론이 추적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대권 도전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해왔다는 걸 명백히 의미! 안철수가 지금 출마 할까 말까 ‘간보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간보기’는 진즉 마치고 출마할 채비를 끝냈다고 봐야 한다.  

    장담하건데, 안철수는 대선 출마 선언도 딱 부러지는 방식으로 하지 않고 몇 단계로 나눠 할 것!
    첫단계는? 다음달 30일 추석 전이 될 것. 추석 전! 민주당이 다음달 25일 자체의 대선후보를 뽑는 시점을 겨냥해 대권 도전 ‘의지’를 보다 강력한 표현을 피력해 민주당 대선후보로부터 김을 확 빼버리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극적인 순간을 만들려 할 것!

      그래서 추석 연휴 민심의 밥상 위에 민주당 대선후보 아무개가 아닌 ‘안철수’를 화제 거리로 올려 민심의 대세를 석권함으로써 지지도에서 박근혜를 결정적으로 따돌리는 전법을 구사할 것. 때문에 안철수로서는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뽑을 때까지 서둘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 또 다시 “저도 몰라요”라고 연막탄을 터뜨리는 것! 

     그래서 10월 초를 성공적으로 맞게 되는 안철수, 민주당과 정운찬이 만들겠다는 ‘제3의 정당’ 사이에서 또 다시 특유의 ‘간보기’ 전술 구사로 야권의 애간장을 태워 몸값을 최고로 상승시키면서 범야권의 단일후보 티켓을 거저 쥐겠다는 것! 물밑에선 단일후보가 된 이후 자신을 뒷받침해 줄 조직과 자금을 철두철미하게 챙기면서. 

     이렇게 시간을 계속 끌다가 단일화에 성공하면 11월 말 쯤 민주당이라는 간판을 흔적도 없이 내려버리고 전광석화처럼 ‘안철수당(黨)’을 만들어 박근혜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계산을 하고도 남을 안철수!

    그렇게 몰고 가야 안철수로선 검증을 완전히 피함으로써 손쉽게 청와대 주인이 될 수 있는 것. 일찍 나가면 박근혜와 피튀기는 검증 공방을 하다가 ‘안철수도 똑같네’라고 이미지를 구기게 되고 당연히 지지도가 폭락할 수도 있으니, 최대한 지연작전을 구사하려는 것! 

     안철수, 그에 대해 다시 한번 연민(憐愍)의 정을 느낀다. 대선 출마 선언 시기? 저도 몰라요. 이런 음흉한 인물이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 물망에 오르는 현실, 눈을 감아 보지 않고 살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차라리 연민의 정이라도 보내며 위로 받고 싶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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