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주민은 태극기를 못 알아본다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뉴포커스가 탈북자 100명을 상대로 "북한에 있을 때 태극기를 알았는가?"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탈북자의 84%가 전혀 몰랐다는 대답이었다. 처음 한국에서 태극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 태국 국기를 태극기라는 줄 알았다는 대답도 있었다. 태극기를 알고 있었다는 대답은 불과 20명 미만으로서 북한에서 엘리트 계층이었거나 또는 남들에 비해 한국 드라마를 즐겼던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북한의 인공기를 아는 만큼 북한주민도 우리의 태극기를 알아보리라는 예상이 틀린 것이다. 

    한 국가의 국기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그래서 중국이나 일본인을 외모상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올림픽에서 어느 나라 국기를 들고 응원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들의 국적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응원석에 넘치는 태극기를 보며 높아진 한국의 위상과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우리 민족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탈북자들에 의하면 북한 주민들은 우리나라 태극기를 보아도 그것이 어느 나라 것인지 모른다고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북한 여자축구 경기 당시 북한의 인공기 대신 한국의 태극기가 걸린 것을 보고 북한 선수들 첫눈에 단지 자국의 국기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뿐, 그것이 한국의 국기라고 아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다. 이마저 국제대회에 출전한 운동선수이기에 가능한 것이지 북한의 일반주민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탈북자 박 모씨는 “태극기가 한국 국기라는 건 한국 드라마를 보며 알았습니다. 그것도 중국에 갔다 온 친구가 비밀처럼 몰래 귀뜸해줘서 눈여겨 봤었습니다. 북한에서는 태극기를 알 수가 없지만 설사 안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말을 할 수가 없거든요. 북한 공개 방송들에선 태극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다 지워버리거든요.”라고 말했다.

    대남공작부 출신 탈북자 최 모씨는 "북한이 남북회담이나 교류 시 인공기도 태극기도 아닌 한반도기 사용을 요구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북한 TV에서 태극기의 존재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의도이다. 김씨일가가 통일의 구심점이라는 선전은 해야 하는데 남북이 각자 자기 국기를 들고 나오면 그 선전논리가 희박해지기 때문에 아예 중립적인 한반도기를 고집하는 것이다."고 했다.

  • ▲ 김일성정권 출범전까지 평양에 걸려있던 태극기.
    ▲ 김일성정권 출범전까지 평양에 걸려있던 태극기.

     김일성의 젊은 시절인 1948년까지 북한도 태극기의 존재를 인정하였다. 평양시 한가운데도 태극기가 걸렸으며 김일성도 태극기 앞에서 투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국호와 함께 인공기가 정식 출연하면서부터 태극기는 북한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아래 사진은 북한TV에서도 가끔 나오는 장면이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이 역사적 사실 속에서도 태극기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하얗게 지워 북한 주민들에게 방영하고 있다. 이렇듯 태극기로부터 시작된 우리민족의 역사를 인정하게 되면 북한 정권의 정통성도 흔들리기 때문에 김일성, 김정일 정권에 이어 오늘날 김정은 정권도 주민들에게 태극기를 숨기고 있다.

  • ▲ 北정권출범전 나란히 걸린 태극기와 소련기 앞에서 연설하는 젊은 시절의 김일성.
    ▲ 北정권출범전 나란히 걸린 태극기와 소련기 앞에서 연설하는 젊은 시절의 김일성.

    ▲<사진= 나란히 놓인 태극기와 소련기 앞에서 연설하는 젊은 시절의 김일성>

    설문조사에 의하면 2000년 이전에 온 탈북자들은 태극기를 전혀 몰랐고, 그나마 2000년 중반에 온 탈북자들이 북한 내 한류 영향으로 한국 드라마 화면들을 통해 알고 있었다. 1994년부터 1999년 사이 고난의 행군시기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대한민국이란 국호도 몰랐다고 한다. 남조선이 한국의 공식 국호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민들에게 남한에 대한 주적개념만 세뇌시키고, 또 그것을 위해 대한민국 국호와 국기까지 철저히 숨겨 왔던 북한 정권인 것이다.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