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방북 중인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함에 따라 그의 첫 `외교 무대'에 배석한 북측 인사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석한 주요인물의 경력은 북중, 북미, 남북외교 분야를 아우르고 있지만 북중 경제협력에 깊이 관련된 인물이 적잖아 김 제1위원장의 첫 외교무대는 주로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제1위원장이 왕자루이 부장을 접견할 때 배석한 인물은 강석주 내각부총리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김성남 국제부 부부장 등 3명이다.
강 부총리는 북한의 `제갈공명'으로 불리며 24년간 북핵협상과 대미외교를 주도해왔다.
그는 1990년대 초 불거진 북한 핵개발 의혹 해결을 위한 북미회담의 북한 측 대표단장으로 활동했고 북미관계의 장전(章典)이 된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외무성 제1부상을 거쳐 2010년 9월 내각 부총리로 승진했다.
일부에서는 강 부총리의 배석이 북중, 북미외교 등을 고려한 포석일 수 있지만 북중 경제협력 쪽에 좀 더 무게가 쏠렸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일 "강석주가 외교담당 부총리라고 하는데 최근 북핵문제에서는 크게 (역할을) 한 사례가 없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 때 동행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북중간) 경제협력 쪽에 (역할을)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부총리가 2010년과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네 차례 중국 방문을 빼놓지 않고 수행했다는 점에서 당시 합의를 계승·발전시키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2010년, 2011년 방중은 경제에 초점이 맞춰줬다.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대남정책과 관련 사업을 총지휘해온 인물이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북측 주역으로 정상회담 때에는 김 위원장을 단독 수행한 바 있다.
또 오랜기간 당 국제부장을 맡은 바 있어 중국통으로도 꼽히며 외교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세련된 매너도 정평이 나 있다.
북한이 김 제1위원장의 첫 외교무대에 김 비서를 배석하게 한 것은 그가 북중외교를 강화하려는 목적뿐 아니라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 북미관계도 함께 논의해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면담에 이어 진행된 만찬에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김영일 당 국제부장, 문경덕 당 비서, 김병호 부부장, 리수용 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강석주 부총리, 김양건 부장, 김성남 부부장은 접견에 이어 만찬에도 참석했다.
만찬 참석자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6개월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리수용 전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에 그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으로 소개했다.
스위스 대사 시절 `리철'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던 리 전 위원장은 대사 이임 후 외국기업과의 합영·합작, 외자 유치 분야에서 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리수용이라는 본명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올해 2월 리광근 전 무역상이 새로운 합영투자위원장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행적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리수용의 경질 가능성과 영전 가능성이 모두 거론됐지만 그가 김 제1위원장의 제네바 유학 시절 해당지역 북한대표부 대사를 지냈다는 점에서 영전 쪽에 무게가 실렸다.
리 전 위원장은 그동안 이집트 오라스콤그룹의 휴대전화 개통, 류경호텔 공사 재개, 합작은행 설립 등 대북투자 유치를 주도해왔고 훈춘∼나진항 도로 보수공사 등 각종 북중 경협사업에 관여해왔다. 따라서 그의 만찬 참석은 북중 양측이 앞으로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도 김영일 국제부장은 김정은 체제 들어 외교분야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는 인물이고 김성남 부부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어 전담 통역사로 활약해온 통역전문가로 꼽힌다. 문경덕 비서는 노동당 60년 역사상 최초로 당 비서 겸 평양시당 책임비서로 임명돼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지난달 7월 김 제1위원장의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시찰시 동행하면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병호 부부장은 경력이 알려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