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을 입으면 개베이비가 된다는 무개념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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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런 대사를 넣었는지 모르겠다. 뭐 예비군복을 입으면 개000가 된다고? 멋진 예비군복을 이렇게 모욕하고 비하해도 되나?


  • 토일 드라마 ‘신사의 품격’ 15회(7월 14일 방영)에서 느닷없이 예비군복이 등장했다. 감초처럼 극작가는 드라마 전개상 꼭 필요한 내용은 아니어도 남자들의 치기어린 행동들을 가끔 등장시켜왔다. 14일 방영된 15회분에서는 예비군 훈련 받는 장면이 나왔는데, 왜 그랬을까?
     
    무심코 재미로 보는 사람 눈엔 어땠을지 모르지만, 필자 눈에는 “저 극작가 참 개념없네”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장면은 예비군 훈련. 김도진(장동건분) 임태산(김수로) 최윤(김민종) 이정록(이종혁)은 예비군 훈련 소집을 받아 훈련장으로 향한다. 그 때 예비군 훈련장면을 설명하는 멘트가 나오는데 이렇다.

    “제 아무리 멀쩡한 남자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익명의 개베이비가 된다.”

    그러면서 예비군 훈련 조교의 말을 무시하면서 예비군 훈련을 장난치면서 엉망으로 받는 모습이 나온다.

    웃기자고 넣었는지 모르지만, 이는 예비군을 모욕하는 부적절한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남자들 예비군훈련 한두 번 받아보지 않은 사람 거의 없다. 신사의 품격이 제대로 된 국민드라마를 겨냥하는 마당에 이렇게 무신경하게 군을 비하하면서 국가의 안보를 조롱하는 가벼운 장면을 넣은 것은 부적절하다.

    또 하나, 왜 하필이면 개베이비(baby)일까? 한글로 개새끼라고 하면 비속어가 되고 영어로 개 베이비라고 쓰면 농담이 된다는 말인가? 이 극작가 은근히 사대주의 하시네?


  • 어떤 말을사용하고 어떻게 표현하는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영향력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볼까. 영국에 어떤 거지가 있었다. 그는 거지일뿐 아니라 맹인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광장에 앉아 자신이 맹인임을 알리는 종이를 옆에 놓고 구걸하는 것이 일이다.

    그 맹인 거지가 종이에 쓴 것을 보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가끔씩 동전을 던져줬다.
    그 종이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I’m a blind please help me.
    (저는 맹인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그 때 학생처럼 보이는 아주 멋진 젊은 여성이 그 앞을 나갔다. 선 그라스를 낀 이 젊은 여성은 동전을 던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맹인 거지 앞을 지나다가 다시 돌아왔다. 종이를 집어 올리고는 다른 말을 써 놓았다. 맹인 거지는 그녀의 신발 끝 하이힐의 끝 부분을 만져봤다.

    그녀가 지나간 다음 갑자기 지나가던 행인들이 던지는 동전이 많아졌다.  맹인 거지는 이게 무슨 일일까 매우 궁금해했지만, 젊은 여성이 뭐라고 쓴 다음에 일어난 변화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변했는지 그 젊은 여성이 다시 돌아와서 깡통을 봤을 때 맹인 거지는 그녀의 하이힐 끝을 다시 만졌다. 맹인 거지는 그 여성이 글을 바꿔 쓴 사람인걸 알아보고, 물었다. 도대체 종이 위에 뭐라고 쓴 것이요?

    It’s a beautiful day. But I can’t see it.
    (참 아름다운 날입니다. 그러나 저는 볼 수가 없네요.)

    개념없는 '신사의 품격' 작가에게 충고를 해주면 이렇다.
    예비군복을 입으면 개 베이비가 된다가 아니다.
    다음부터는 이렇게 쓰시면 어떨까?

    예비군복을 입으면 호랑이가 된다.
    예비군복을 입으면 표범이 된다.
    예비군복을 입으면 애국자가 된다.
    예비군복을 입으면 백기사가 된다.
    예비군복을 입으면 남성이 된다.
    예비군복을 입은 남자, 가까이하기엔 너무 멋진 당신…

    전쟁이 터지면 예비군복은 총을 들고 죽느냐 사느냐의 처절한 살육장에 내몰리게 된다. '신사의 품격' 작가는  뭐 별다른 고민하지 않았겠지. 그렇지만, 군복이 상징하는 전쟁의 잔혹함이나 그에 따른 사생결단은 가볍게 농담따먹기로 처리할 부분이 아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는 분쟁국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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