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가 넥타이를 풀어 헤칠 때 불법을 저지른다?
    남자가 넥타이를 건드릴 때, 그때를 조심하라. 넥타이를 건드리는 것은 분노와 좌절과 당혹감에 따른 폭풍전야를 암시한다. 혹은 보통과는 다른 특별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상황의 암시이기도 하다.

    지난 4일 방영된 SBS수목 드라마 '유령' 11회에서 ‘넥타이 풀어헤치기’가 나온다. 사이버수사대 소속 경찰관 한영석(권해효 분)이 살해된다. 권해효는 진범이 누구인지 확실한 증거가 담긴 노트북를 입수하고 돌아오던 중이었다. 권해효는 그러나 증거물을 감추려는 조현민(엄기주 분)의 음모에 말려들어 음주 교통사고로 위장돼 살해되고 만다.
     
  • 권해효는 권혁주(곽도원 분)팀장의 지시에 따라 증거물 수집에 나서고 있었다. 자신이 지시한 업무를 수행하다 동료 경찰관이 죽었다는 사실에 분노(忿怒)한 곽도원, 범인을 쫓으려 현장 확인에 나서는데…

    여기서 남자들의 본성이 드러난다. 상가 집에서 바로 뛰쳐나온 곽도원, 옷도 안 갈아입고 출동하다 보니 검은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 채로 사건현장을 훑는다. 교통사고 사망지점, 그리고 생전에 권해효가 들렀던 술집과 심부름센터를 찾아 증거를 수집한다. (갑자기 상가를 가야 할 때 매는 조문용 지퍼달린 검은 넥타이, 5000원에서 1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 )

  • 그런데, 곽도원 형사, 심부름센터 주인을 심문하면서 눈빛이 고정되더니, 갑자기 넥타이를 풀어헤친다. 눈이 동그래지는 심부름 센터 주인,  그러더니 다짜고짜로 심부름 센터주인을 다그치는데, 이게 거의 고문수준이다. 탁자를 밀어 상대방 정강이뼈를 압박하는 고도의 수법, 많이 해본 솜씨같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이라면 어림도 없었을 일, 현장 조사 나간 경찰관이 사람을 고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잘못하면 형사가 고발당해 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드라마 유령은 자기가 지시한 일을 하다가 억울하게 죽은 동료를 잃은 팀장의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고문이란 불법 수사관행을 다시 끄집어냈다. 남자가 넥타이를 풀어헤칠 때, 그때는 위험하니 조심하시라는 메시지와 함께. (술집에서 넥타이 풀면 “나 망가진다”는 신호이다.)

    그런데, 남자의 분노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하필 고문밖에 없을까? 여기서 드라마 제작진의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아, 화나면 저렇게 폭력을 휘둘러도 되는가 보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