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단 전차중대 오효진 중사, 씨름대회 상 팔아 마을 잔치오 중사, 운동선수 생활 중 부상입고 입대…“군 생활은 제2의 인생”
  • 지난 7월 14일 강원도 양구군 송청1리 마을회관에서는 마을 어른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이한 마을 잔치가 열렸다.

    주최자는 인근 육군 2사단 전차중대 소속 오효진 중사(32세, 전차장), ‘제1회 청춘양구 군수기 씨름대회’에서 부상으로 받은 송아지를 판돈으로 연 잔치였다. 오 중사는 지난해 10월에도 양구군 지역축제인 ‘양록제 씨름대회’에서 우승상으로 받은 송아지를 팔아 부대인근 대월리에서 마을 잔치를 연 바 있다.

  • ▲ 강원도 양구군 송청1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잔치. 이 잔치는 마을 사람 뿐만 아니라 인근 부대도 참여한 행사였다.
    ▲ 강원도 양구군 송청1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잔치. 이 잔치는 마을 사람 뿐만 아니라 인근 부대도 참여한 행사였다.

    육군은 “오 중사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오 중사는 2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할머니 보살핌 속에 자랐다고 한다. 할머니께서도 그가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다. 그는 철이 든 뒤에는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잔치 한 번 못 차려드린 게 계속 한이 됐었다고 한다.

    오 중사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아버지 권유로 씨름 선수로 활동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교 1학년 때 무릎 부상으로 씨름을 그만 두게 됐다. 오 중사는 고교 졸업 후 군에 입대하게 됐다고 한다.

    오 중사가 씨름대회에 참여하게 된 것은 부인인 김주희(32세) 씨의 권유에서 시작됐다. 오 중사는 경험삼아 참여한 씨름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부인 김 씨와의 상의 끝에 “우승 상금을 뜻있게 사용하자”고 결정해 마을 잔치를 열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양구군 ‘양록제 씨름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뒤 오 중사는 오랜만에 씨름 준비를 했다고 한다. 중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실전과 같은 연습도 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부대원들의 도움 덕에 13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지난 6월 24일 제1회 양구군수기 씨름대회에서는 부대원과 마을 사람들이 그를 응원했다. 결국 5전 5승으로 23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양구군 씨름협회 이기찬(41세) 부회장은 우승자인 오 중사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평소에도 예의 바르고 어른 공경하는 오 중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잔치를 한다기에 송청리 부녀회 회원들도 음식준비와 일손을 돕기 위해 나왔다.”

    ‘오 중사가 소 팔아 마을 어르신 위한 잔치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부대 장병들도 팔을 걷고 나섰다. 사단 의무대에서는 군의관들이 간이 진료소를 차려 놓고 치과와 한방과 진료 봉사를 했고, 정비대대 간부들은 잔치에 모인 사람들의 고장난 농기계를 수리해 줬다. 사단 군악대도 와서 공연과 노래자랑을 진행했다.

  • ▲ 강원도 양구군 송청1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잔치. 이 잔치는 마을 사람 뿐만 아니라 인근 부대도 참여한 행사였다.

    오 중사는 씨름대회에서 우승한 것보다 마을 사람들에게 잔치를 열어줄 수 있게 됐다는 점에 더 기분 좋은 듯 했다.

    “저에게 군 생활은 제2의 인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을 하다 부상으로 앞길이 좌절됐을 때 군은 또 다른 용기와 희망, 보람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 한 어르신과 주변에 소외된 이웃들께서 힘내시라고 매년 잔칫상을 마련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