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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칼럼세상>
박근혜의 험로(險路)
박근혜는 요 몇 달 사이 ‘불통(不通)’이라는 딱지가 달라붙게 된 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대선 장정에 임해야 한다. 본인 스스로가!
그러나 그걸 인정하지 않고 또 고집! 이대로 가겠다고 한다면 박근혜 앞에 놓여있는 건 예측 불허의 험로(險路), 단언한다.
박근혜는 어제 출정식 기자회견에서 “불통과 소신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섞어서 얘기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경선 룰과 관련해 소신 지킨 걸 왜 알아주지 않고 불통이라고 뒤집어 씌우려하느냐는 항변이다. 억울하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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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부분이 문제인 것! 소신 지키는 걸 누가 뭐라고 탓했나? 대한민국 각 분야에서 가장 원칙과 소신이 지켜지지 않는 분야가 바로 정치판이기 때문에 ‘원칙 박근혜’라는 브랜드가 차별화돼 우여곡절 속에서도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는 것.
그러나 원칙과 소신은 이성(理性)의 문제이고, 소통은 감성(感性)의 문제로서 서로 완전히 성격을 달리하는 동전의 앞뒷면. 박근혜는 이런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냉정히 ‘본인’을 들여다 봐야 한다.
거듭 강조하건대, 원칙과 소신을 지키고 관철하다가도 장벽을 만나게 되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야한다. 원칙도 마음에 들고, 접근법도 유연해보여 그저 좋다-국민 마음 속에서 ’이성적 판단‘에 ’감성적 호감‘이 더해져야 공감(共感)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것-이게 세계적 베스트셀러 ’공감의 시대(Empathic Civilization)'를 쓴 제러미 리프킨이 말하고 있는 ’공감'!
정리해 말하면 21세기는 ‘공감 터치형 시대’! 안철수는 공감 터치를 능숙하게 하기 때문에 젊은 층을 붙잡고 있고, 박근혜는 그 반대로 비쳐지기 때문에 불통의 딱지가 달라붙어 젊은 층에서 고전하는 것!
박근혜는 얼마 전 회의에서 ‘전략적’이라는 표현을 쓴 참모에게 난색을 표했다는 보도다. 왜 ‘전략적’을 싫어할까? 가식적이고 진정성이 없다는 것. 그야말로 시대착오적 사유 체계! 지도자가 ‘전략적 유연성’이 없다면 가는 길은 뻔하다-독재!
박근혜가 경선 룰 타령하는 비박계 대선 주자들과 차 한잔 나누지 않고 뒷방에서 원칙, 원칙만 말하는 걸로 투영되면서 저 사람이 집권하면 ‘한 독재’하겠네! 하고 시큰둥해진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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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공감의 정치’ 쪽으로 확 전환해야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그러하지 않고 고집 부리면 대세론이 붕괴! 어떻게 ‘공감의 정치’를 ‘전략적’으로 보여 줄 것인가?
첫째, 높은 곳에서 내려와야 한다!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층, 그리고 취업난과 미래에 불안해하는 청년 취업층, 이 땅에 태어나 부귀영화는커녕 권력이나 돈은 맛도 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온갖 소외·낙오 계층들에게 달려가 만나 위로해 줘야 한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잘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한테 다가서야 한다. 백 개의 정책을 말하는 것보다 지금 박근혜에게 필요한 건 잘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
박근혜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 저 높은 곳에 있는 사람! 그렇기 때문에 인간적 온기(溫氣)가 절박해 보인다. ‘냉장고 공주’가 아니라 ‘훈풍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로 바뀌느냐에 대선 승패의 관건이 달려 있다고 감히 예측한다.
둘째, 정적(政敵)들의 공세에 수세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능동적이고 공격적 모드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말은 정확하다.
언제든 박근혜는 자신에 대한 공격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왜 그럴까? 고고한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박근혜는 앞으로 대선일까지 야당 대선후보들로부터 혹독하게 융단폭격을, 그것도 집중적으로 받게 될 것-사실상 여야 경선과 대선전 모두의 핵심은 ‘박근혜냐 아니냐“는 게임이 될 것이기 때문에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에 대한 공격은 최고조에 이를 것! 팔 걷어붙이고 달려들어야 하는 것!
셋째, 포용력이다. 정말 대한민국 대통령들, 자기네 식구끼리 문 걸어 잠근 뒤 회전문 인사하고, 돌려막기 인사하고…이 지긋지긋한 나눠먹기 하지 않고 설령 정적의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라해도 포용하고 요직에 기용할 수 있는 ‘품’을 보여줘야 한다. 이걸 대선 캠프 인선에선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또 한가지 덧붙인다면, 대통령 형님들이 쇠고랑 차는, 그 넌더리나는 친인척·측근 비리를 박근혜 시대가 되면 마침내 종식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줘라! ‘깨끗한 대통령’! 이건 국민의 가슴 속에 사무치는 한이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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