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18 - MBC PD수첩2003.11.29 - SBS 그것이 알고 싶다2004.05.22~23 - KBS 일요스페셜6개월 뒤 - 국정원 재조사 착수
  • 북한의 지령을 받고 대한항공(KAL) 858기를 폭파한 김현희씨.

    김현희씨는 최근 노무현 정부가 자신을 가짜로 몰아가려 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MBC-SBS-KBS 공중파 3사도 ‘김현희 죽이기’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 ▲ 대한항공 858기 폭파후 체포돼 87년 12월 15일 김포공항에서 압송되는 김현희. ⓒ연합뉴스
    ▲ 대한항공 858기 폭파후 체포돼 87년 12월 15일 김포공항에서 압송되는 김현희. ⓒ연합뉴스

    <조선일보>에 따르면 2003년 11월18일 MBC ‘PD수첩’은 ‘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을 보도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좌파 성향의 정의구현 사제단 신부 115명이 ‘김현희 KAL 858기 조작의혹사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지 15일 만이었다.

    이들은 김현희씨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증거가 없고 KAL 858기가 폭파됐다는 증거도 없다고 주장하며 전면 재조사를 요구했다.

    MBC PD수첩은 이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하며 “‘김현희는 가짜다’라는 의혹이 타당하다면 전면 재조사를 통해서라도 의혹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몫”이라고 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 역시 PD수첩에서 “KAL기 폭파범 김현희는 완전히 가짜”라고 주장했다.

    같은 달 2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6년간의 의혹과 진실’이란 타이틀로 이 사건을 다뤘다.

    KBS는 이듬해인 2004년 5월 ‘일요스페셜’을 통해 ‘폭파, 진실은 무엇인가’, ‘김현희와 김승일-의문의 행적’을 이틀에 걸쳐 보도했다.

    방송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쟁이 치열한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에서 같은 사건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거의 동시에 다룬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6개월 뒤인 2004년 11월2일 국가정보원은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원회)’를 출범시키고는 KAL 858기 폭파사건을 주요사안으로 다루겠다고 했다.

    14년 전인 1990년 3월 대법원이 KAL 폭파범 김현희씨에게 최종 사형 확정 판결을 내렸는데도 공중파 방송 3사의 잇따른 보도 이후 정부 차원의 진실 규명 조사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안기부 제1특보를 지낸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권력) 상층부가 민간단체와 언론을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와 방송 3사의 연결고리를 의심한 것이다.

    MBC PD수첩은 인터뷰를 거부하는 김현희씨의 거주지를 촬영해 노출시키기도 했다. 황장엽 노동당 총비서, 이한영(김정일 처조카)씨와 함께 최고 보안(保安) 사항으로 꼽혔던 김씨의 거주지를 알아내고 공개해 버린 것이다.

    북한 남파 간첩들에게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의 일부 조직이 나서서 KAL기 사건에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이동복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던 당시 노무현 정부가 북측에 선물을 주려 한 것 아니냐.”

    미국은 KAL기 폭파 사건 직후인 1988년 1월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우리나라에서 KAL기 폭파 의혹이 일면 일수록 북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을 것이고 남북정상회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