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변혁'은 “이제 결판 내자”며 맹수처럼 덤벼드는데..'체제유지'는 열중쉬어!
  • 정책싸움 이전에 체제싸움이다

  •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싸움의 본질은 무엇인가? 체제유지냐 체제변혁이냐의 싸움이다.
    여기서 체제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건국정신과 헌법정신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깨려는 세력이 있다. 누가? 법정에서 재판장을 향해 “야, 이 미국놈의 개, 판사 xx야...”라고 소리 지른 자들의 '평양 사령탑'이 그들이다.

     이들에게는 팔로워들이 있다. 김일성주의 지하당을 하다가 뚜렷한 전향의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르러 현실정치 표면으로 불쑥 솟아올라 “그래, 나 여깄다, 어쩔래? 한판 붙자” 하고 드디어 민얼굴을 드러낸 종북 주사파 코아(core, 알맹이)가 그들이다.

    이들 둘레엔 그 알맹이를 겹겹이 싸고 있는 2차 3차 4차... 동심원들이 있다. 말과 행위와 처신으로 평양과 남쪽 주사파의 체제변혁론과 통일전선 전술에 함께 해주는 이른바 범(汎) NL(민족해방) 계열이다. 이들은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학대당하는 탈북 동포들에 대한 연민은 전혀 없고, “리명박 패당, 미국놈, 수구꼴통...”에 대한 증오심만 활활 타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떼어버려야 한다고 강변하는 부류다.

    이상 3 부류에 대해선 또 ‘가산점’을 주는 ‘쓸모 있는 바보들’이 있다. 대학 다닐 때 민주화 시위에 무서워서 가담하지는 못하고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다가 오늘날에 와선 ‘삐까번쩍’한 출세가도를 달리며 자못 부루주아 ‘장밋빛 인생’을 즐기고 있는, 그래서 그 때 그 시절의 ‘투사들’에 대해 못내 미안함을 느끼며 살고 있는 ‘콤플렉스 세대’가 그들이다.

  • ▲ 이른바 '평양것들'의 핵심이 바로 이들. 수백만 동포의 도살자! 김일성과 김정일이 죽어서도 한반도에 어둡고 사악한 죽음의 그림자를 뒤덮고 있다. ⓒ
    ▲ 이른바 '평양것들'의 핵심이 바로 이들. 수백만 동포의 도살자! 김일성과 김정일이 죽어서도 한반도에 어둡고 사악한 죽음의 그림자를 뒤덮고 있다. ⓒ

    ‘쓸모 있는 바보들’엔 또 뭘 배워도 한참 잘못 배운 아이들 부류가 있다. 대한민국은 종속(從屬), 분단은 오로지 미국과 이승만 탓, 보수는 일체 싸잡아 억압과 부패와 독점의 대명사라는 식으로, 교육-미디어-문화-출판-프로파간다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자라난 세대가 그들이다. 이들은 이념 따위엔 관심이 없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뇌리를 마사지 해준 ‘수정주의 사관(史觀)’의 심플(simple)한 코드들은 그들로 하여금 곧잘 ‘주사파=진보’라고 착시하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현실정치 무대에는 ‘종북 논란은 매카시즘’이라고 매도하면서 종북과 합세해 변혁지향의 공동정권을 수립하자는 입장이 있다. 그 리고 다른 한 쪽에는, 그런 광의의 ‘변혁 연합세력’의 체제도전 앞에서도 “체제 싸움은 과거 일이다, 이젠 정책 경쟁만 있을 뿐...”이라면서 몸에 흙탕물 묻히지 않고 오로지 입신양명에만 신경 쓰겠다는 ‘정치 대기업 모범사원’들이 있다.

    이래저래 대한민국 체제의 유지냐 타파냐를 둘러싸고, 체제타파 쪽은 스크램을 짜고 완전무장 한 채 “이제 결판을 내자”며 맹수처럼 덤벼드는데, 체제유지 쪽의 경보장치는 차렷이 아닌 열중쉬어를 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대조적인 정치판 풍경이다. 무엇보다도 이 싸움이 단순한 정책 싸움만이 아니라 ‘체제 싸움’이라는 인식 자체가 체제정파 쪽에는 희미하다.

    “깨어 있는 국민이라야 산다”고 1950년대~70년대 선각자는 외쳤다. 지금 이 시점에도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명언(名言)이다. 그렇다, 믿을 것은 매사 너무 지나친 것을 혐오하는 국민의 양식뿐이다. 주사파와 그 연합세력의 막가는 언행을 보고 “설마 저럴 줄이야” 하고 놀란 국민의 양식, 그리고 말장난 하는 그들을 향해 “왜 자꾸 말을 돌리느냐?‘고 지적한 시민의 깨어있는 비판정신을 지금으로선 믿어볼 수밖에 없다.

    류근일 /본사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