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박태규와 만났다는 허위'..박지원 김어준 주진우 등 명예훼손 혐의 고소
  • “아님 말고? 당 대표격이 그러면 나꼼수와 다를 게 뭔가”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와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벌이는 진실 공방이 흥미진진하게 굴러가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부산저축 로비스트 박태규와 수차례 만났다는 주장이 법정소송으로 번지면서 둘 중 한명의 말이 거짓말로 드러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갖가지 의혹 제기에 대해 ‘무대응이 상책’으로 유지했던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법정 소송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차기 권력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되는 박 전 대표가 야당의 대표격인 박 비대위원장과 벌이는 법정 공방이 결코 여론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박 전 대표 측의 이 같은 강경책은 대선 도전 선언을 앞두고 앞으로 쏟아질 근거 없는 의혹에 대비해 초반에 기선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아직까지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는 22일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저를 고소함으로써 '참 흥미진진한 일이 앞으로 벌어지겠구나' 하는 것이 더욱 저를 흥분하게 한다”고 했다.

    이어 “<나는 꼼수다>(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주진우 기자가 만난 사람의 육성 녹음을 가지고 있고 저도 복수의 유명인사가 진술해 준 내용이 있기 때문에 기다려보시면 진실이 누구에게 가는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의 폭로전 전적이 그리 좋지 않음을 들어 이번에야 말로 박 비대위원장의 폭로전에 제재가 가해질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 비대위원장은 몇 차례 폭로전에서 사실무근으로 드러난 일에 대해서도 "그때는 사실인 줄 알았다"는 등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의 지난 행적을 살펴보자.

  • # 2012년 5월

    박지원 위원장은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이 박태규씨와 수차례 만났는데, 이 만남이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나꼼수는 지난 7일 방송을 통해 박태규씨의 측근과 주진우 기자가 "박근혜 전 위원장이 박태규씨를 만났다"는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 2011년 1월

    당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아들에 대한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석현 의원이 받은 제보는 정확한 것이다. 교육과학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관련 자료를 넘길 테니 철저히 자료요청을 하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제보의 출처가 '청와대'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의혹은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제보 녹취록 공개 요구에 대해) 제가 갖고 있다는 것은 아니고, 이 의원이 (지인을 통해) 녹취록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제보자가 여러차례 해온 제보가 그동안 정확했기 때문에 이 의원이나 저나 사실로 믿었다."

    "(기자들이 '정확한 제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제보를 정확하게 받았다는 말이었다. 팩트(사실관계)가 정확하다는 게 아니다. 제보라는 게 거짓말이나 역(逆)정보도 많아 헛발질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 2010년 11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대우조선해양사장 연임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는 "강 의원의 발언은 거의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강 의원이 고소를 당했고, 박 원내대표도 근거를 전혀 내놓지 못했다. 그러다가 "대통령 부인 문제를 너무많이 얘기하면 국민 보기에 좋지 않다"고 피해갔다.

    결국 그는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두 사람의 임기 동안 일어난 고소-고발 건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며 중재에 나섰다.

    # 2010년 10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시진핑 부주석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평화를 해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마자오쉬 외교부 대변인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중국 정부의 외교적 입장을 이해한다. 나는 우리 정부의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의미에서 사실을 말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역시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발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당시 주류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