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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주도한 대학생들에게
이철훈 /젊은 지성 대학생신문 '바이트' 기자필자는 5년 전,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 한 선본의 운동원으로 활동했다. 총 세 개의 선거운동본부(선본)가 출마했으며, 지금의 통합진보당 학생위원회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민노학위) 선본도 있었다. 각 선본마다 참신하고 재미있는 공약과 선거 운동 방식으로 그 어느 해보다 학생들의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당선이 불가능했던 상황을 극복하고자 민노학위가 불법 유인물을 대량 살포하면서 선거는 파행으로 끝났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학칙에 의거해 이들에게 강제 사퇴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아무런 불법 요소가 없었다며, 선관위 사무실을 점령하고 농성을 벌였다. 민노학위 학생들은 자신들은 정당하다며 “학우들의 의사로 결정해야지 선관위의 결정으로는 사퇴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5월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운영위 회의에서 일어난 폭력 사태를 보고 있으니 이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조준호 당대표의 머리채를 휘어잡던 한 여대생을 포함한 200여 명의 대학생들이 통합진보당 학생위원회 소속이라고 하니, 하나도 변하지 않은 이들의 행동에 더욱 착잡한 마음이 든다.어쩌면 이들보다 젊은 대학생들이 단상에 뛰어 오르도록 추동한 세력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진보를 자처하며 젊은 학생들을 자기 품으로 끌어들이더니 결국은 불법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선배 종북주의자들 말이다. 진보는 사회의 질적인 변화를 적극 추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의 질적인 변화에 동의하지만 현재의 가치를 더 소중히 하는 것이 보수다. 질적 변화를 반대하는 것은 수구며 퇴보다.
21세기의 질적인 변화는 세계화, 민주화다. 세계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면서 경제, 문화,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보편적 제도와 가치를 나누고 있다. 한 국가에서 자행되는 독재가 전 세계의 관심 대상이 되고, 경제적으로도 국가의 장벽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진보를 자처하는 종북주의자들을 보자. 그들은 최악의 독재정권으로서 수백만 주민을 굶겨 죽인 것도 모자라, 3대 세습까지 단행한 북한 정권에 대해 아무런 비판이 없다. 국제적 협력에서도 여전히 식민지를 운운하며 아직도 레닌의 종속이론을 따른다. 민주주의 질서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쉽게 부정하고 파괴한다.
단상에 올라 폭력을 주도하던 대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이 같은 선배 종북주의자들이 진보이며, 따라 배울만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날 무슨 생각으로 단상에 올라 폭력을 휘둘렀는지, 북한은 어려워도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사회라고 생각하는지, 한국은 정말 미국의 식민지라고 생각하는지….
이철훈 바이트 기자(dmltls1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