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先)규명, 후(後)조치' 고수하다 '여론악화' 맞아야권 공세에 말리지 않으려고 애썼으나 후폭풍 커
  •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체제'에 접어들기도 전에 '리더십' 논란에 직면했다. 그놈의 '원칙' 때문이다.

    정치에 있어서 원칙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박 위원장은 김형태·문대성 당선자 문제를 두고도 '선(先)규명, 후(後)조치' 입장을 보여 왔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자 태도가 미온적으로 바뀌었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도 "사실여부를 안 후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3일 제수씨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 당선자에 대해서는 "지금 양쪽이 정 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쪽 얘기만 듣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논문 표절에 휘말린 문 당선자를 두고는 "현재 해당 대학에서 (표절 여부) 논의를 하고 있다. 사실이 다 밝혀진 후에 그때 (출당 등 조치에 관해) 얘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사실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당 내부에서 선제적 대응의 목소리가 커지자 16일에는 "사실이 확인되면 당이(결정)할 테니까 더 되풀이할 필요는 없는 얘기"라고 정리했다. 일종의 무죄추정의 원칙이 작용된 셈이었다.

    그러나 김 당선자의 제수씨가 공개한 음성파일의 목소리가 김 당선자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당은 윤리위원회 소집을 서두르며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급기야 김 당선자는 18일 탈당을 선언했지만, 문 당선자는 박근혜 위원장의 앞서 발언들을 언급하며 탈당 기자회견까지 돌연 취소한 채 버티고 있다.

    ◆ 박근혜, 결단 늦어진 이유는…

    친박 내부에서는 결단이 늦어진데 대해서는 박 위원장이 약속과 신뢰를 중요시 여기는 만큼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당선자를 의혹만으로 내쫓을 수 없다는 뜻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익은 조치가 부메랑이 돼 박 위원장의 '원칙론'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처음 문제를 제기한 야권의 공세에 말리기 않겠다는 의지도 보태졌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선거 막판에 두 당선자에 대한 의혹이 나와 빠르고 정확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 스스로 물러서 주면 고마운 일이지만 당선된 사람을 박 위원장이 명확한 근거가 나오기 전에 '나가라' 말하기 힘들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박 위원장과 가까운 이한구 의원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나경원 후보의) 1억 원대 미용실이 (선거) 초반에 굉장히 영향을 줬는데 (나중에)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 이런 식으로 (의혹제기가) 수시로 벌어지니 확실히 하자는 뜻"이라고 했다.

    한 친박 인사도 "이번 문제를 처음 거론한 것도 결국은 야권이 아니냐. 총선 승리 의미를 반감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형국인데 섣부른 조치가 오히려 박 위원장의 원칙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박 위원장은 19일에야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엄중 경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 이상 미적거리다가 대권가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선거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런저런 문제들이 나오고 또 잡음도 있는 것 같다. 만약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데 걸림돌이 되거나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위원장의 '경고'가 뒤늦은 감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해 온 박 위원장이 지나치게 원칙을 강조하다 여론 악화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준석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이 조금 더 책임있는 결단을 조금 더 빨리 내릴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당의 속도, 스피디함에 대한 약간은 고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