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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의 간판 최경주(42ㆍSK텔레콤)가 마스터스 제패의 꿈을 이뤄내지 못했다.
6일(현지시간) 대회 2라운드에서 첫날 5오버파 부진을 딛고 반등을 노렸지만 전반적인 샷 난조를 보이며 4오버파로 부진, 합계 9오버파 153타로 컷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2003년부터 10년 내리 `꿈의 무대'를 밟은 최경주는 대회 직전 "내 집에 온 것 같다"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2004년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성적인 3위에 올랐던 그는 특히 2010년 공동 4위, 2011년 공동 8위로 2년 연속 톱 10에 들었던 터라 이번 대회에 나서는 각오가 남달랐다.
두 달 가까이 마스터스만 염두에 두고 신체 리듬과 샷을 다듬어왔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던 노장 캐디 앤디 프로저(60.스코틀랜드)를 삼고초려 끝에 복귀시켰다.
그만큼 골프 인생 마지막 목표라는 메이저 우승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스터스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최경주의 집념은 오히려 화를 불렀다.
최경주는 부진의 원인으로 "너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자책했다.
아마추어들에게 통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골프에선 "라운딩 때는 별 생각 없이 쳐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샷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얄밉게도 볼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실수로 이어지면서 경기를 망친다는 것이다.
최경주가 스코어를 줄이는 전략 홀로 삼았던 17번홀에서 무너진 것이 이를 입증한다.
연습라운드 때 17번 홀에 대해 "티샷이 왼쪽으로 가면 아이젠하워 나무에 걸리고 오른쪽으로 밀려도 매우 어렵다"며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1, 2라운드 각각 더블보기, 보기를 적어냈다.
최경주는 "준비를 너무 많이 하다보니 욕심이 과했고, 그런 것들이 아무래도 스트레스로 이어진 것 같다"며 "1라운드 후반 (잇단 실수로) 경기력이 떨어지고 리듬감을 많이 잃은 것도 2라운드 플레이를 굉장히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특히 심적 부담 탓에 유리판 같다는 그린을 읽는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는 "오늘 그린 스피드는 어제와 딴판이었다"며 "스코어를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마스터스 우승의 꿈은 무산됐지만 올시즌 첫 메이저 타이틀에 대한 자신감은 여전해 보였다.
최경주는 "몸 상태는 괜찮다. 잘 쉬고 다음 대회 준비를 잘 할 것"이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캐디 프로저는 다음 메이저인 US오픈에도 최경주의 골프백을 메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