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진보 가면 쓰고 총선” vs. “양당연대 좌초 시도”
  •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경기동부연합 승계 논란이 4.11 총선 이슈로 급부상 했다.

    서울 관악을 양당 후보(민주통합‧통합진보) 단일화 경선에서 여론조사 조작 사건에 책임을 지고 이 대표가 지난 23일 사퇴했다. 대신 관악을에는 이상규 전 민노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후보로 올랐다. 민주통합당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 후보는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핵심인 경기동부연합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동부’가 당내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후보승계’를 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경기동부의 과도한 ‘친북성향’이 알려지면서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이슈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의 성추문 등 사건에도 과반 의석을 위해 끌려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통합진보당은 “철지난 색깔론으로 통합진보당을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 경기동부, ‘당권파’…“北 핵실험 유감” 삭제 지시

    이정희 대표는 경기동부연합 세력이 2008년 총선 때 비례대표로 공천, 대표 정치인으로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현재 진보신당 당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경기동부연합의) 얼굴(이정희) 대신 아예 몸통(이상규)이 나서는 격”이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이치다.

  • ▲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하다가 울음을 참고 있다. ⓒ 연합뉴스
    ▲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하다가 울음을 참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동부연합은 주사파(자주파)가 주축이 되어 민주노동당을 장악한 종북세력의 핵심이다. 이들은 민노당 시절 진보신당 그룹을 축출, 당권파로 사실상 민노총과 전교조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노당의 ‘친북성향’이 대내외에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2006년 10월이었다.
    당시 박용진 민노당 대변인이 “북한 핵실험에 대한 강한 충격과 유감을 표시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준비하자 당 지도부가 강하게 반대했다. ‘최루탄’으로 유명한 당시 민노당 김선동 사무총장은 그를 불러 삭제를 지시했다.

    진 교수는 2008년 한 인터뷰에서 “김일성 신년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묵념을 하고 회의를 하고, 실제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 사람들은 안 변합니다. 그들은 민노당이 아닌 저쪽(북한 로동당)을 자신들의 정당으로 여기죠. 북한에서 아사자가 나왔다고 하니, 그럴 리가 없다면서, 공화국을 폄하하려는 미 제국 놈들의 모략질과 농간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게 그들이거든요.”

    ◆ 새누리 “민주‧진보 가면쓰고 총선”… 통진 “비열한 공격”

    새누리당 이상규 선대위 대변인은 25일 논평을 통해 “조직원이라면 성폭력도 눈감아 주는 세력, 한미동맹은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놓고 묵념하는 세력이 민주통합당을 좌지우지하는 통합진보당을 움직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자기들이 하는 짓이 나쁜 짓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어 보인다”는 진중권 교수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이런 이들이 이번 총선에 ‘민주’, ‘진보’라는 가면을 쓰고 대거 출마하지만 통합민주당은 실체를 알면서도 대한민국 국회를 장악하기 위해 눈을 질끈 감고 손을 잡았다”고 힐난했다.

    통합진보당 측은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경기동부연합’이 거론된 것 자체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한 관계자는 “진 교수의 발언은 양당연대를 흔들려는 세력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이정희 대표는 “양당연대의 분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세력이 있다. 수구 기득권층과 보수 언론은 집요하게 양당연대를 공격하고, 철 지난 색깔론으로 통합진보당을 매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패배의 두려움과 공포 앞에서 비열한 공격을 하고 있는 자들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