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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일 열린 '크라이 위드 어스' 콘서트에서 배우 차인표씨는 "탈북민들을 함께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다. ⓒ 뉴데일리
"네 살 때 창문에 머리가 끼어 어두운 지하실만 보고 있었다. 아무리 울어도 내 울음 소리는 지하실로만 퍼져갔다. 그때 옆에서 놀고있던 형이 동네가 떠나갈듯이 큰 소리로 울었다. 그 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달려와 저를 끄집어내줬다."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북송 반대 콘서트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에서 공연 중간에 배우 차인표씨는 이같이 말한 뒤 "이것이 함께 울어주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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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라이 위드 어스' 콘서트를 찾은 900여명의 탈북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 뉴데일리
그의 말대로 이곳을 찾은 천여명의 관객들은 함께 울었다.
이날 콘서트에는 탈북자 9백여명과 일반인 백여명 등 관객 천여명이 함께했다. 또 여명학교 탈북청소년들과 우리나라에 난민 자격으로 체류하는 외국인 7명 등도 모였다.
차 씨는 2008년 탈북소재 영화 '크로싱'에 출연해 실제 탈북루트를 똑같이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는 '크로싱' 시사회에서 여명학교 학생들을 만난 인연으로 이들을 정기 후원하며 관계를 이어와 학생들은 그를 '삼촌'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는 "탈북자들은 핀볼게임의 금속 공과 같은 존재라 생각했다. 어느 벽에 닿아도 밀어내버리는 핀볼게임의 벽처럼 어떤 나라도 탈북자들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 씨는 "오늘이 시작입니다. 유럽 아티스트 여러분, 기아를 정복하는 캠페인을 하듯이 탈북민들을 위해서도 캠페인을 해주세요. 그룹 U2의 보노씨! 아프리카 난민을 돕듯이 탈북민들을 도와주세요. 할리우드 배우 여러분, 맷 데이먼씨 인도주의로 많은 사람을 살리듯이. 탈북민들을 함께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차 씨는 지난 달 21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송환 반대 집회를 연 데 이어 뜻을 같이하는 동료 연예인들과 '크라이 위드 어스'를 결성해 이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 개최 비용은 차 씨와 심태윤 씨 등이 전액 부담했다.
그는 "대사관 앞에서 호소문을 읽는 정도로는 일반 시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없음을 깨달았다. 지속적으로 탈북자들의 현실을 알리고자 대규모 콘서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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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라이 위드 어스' 콘서트를 찾은 900여명의 탈북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 뉴데일리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일까. 탈북자들 모두가 이날만을 기다린 듯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콘서트장 입구에는 탈북자들이 길게 줄을 섰고, 공연장 안은 북새통을 이뤘다. 자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탈북자 임낙승(가명)씨는 “왜 이렇게 늦게 우리가 관심을 받게 됐나. 그동안 섭섭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탈북자 이규태(가명)씨는 “우리를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004년에 탈북했다는 편병호(가명)씨는 “그동안 계속 강제북송이 있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계속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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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그우먼 박미선 씨가 "눈물과 마음이 하나되면 우리 탈북 동포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라 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뉴데일리
콘서트는 이념과 국경을 넘어섰다.
이날 사회를 맡은 탤런트 이하늬 씨는 “이 자리는 어떠한 정치나 외교 등을 대표하지 않는다, 탈북동포들을 함께 걱정하고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자리다”라며 공연을 소개했다
개그우먼 박미선씨는 “저는 인권운동가도 아니고, 정치도 잘 모른다. 그저 한국의 개그우먼이자 아내이고 딸이고 두 아이의 엄마다”며 울먹였다.
박 씨는 “탈북자들은 단지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따뜻한 불빛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고 한다. 함께 울어달라. 눈물과 마음이 하나되면 우리 탈북 동포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중국 국민과 세계 시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은 연예인들이 3개국어로 나눠 읽었다. 한국어 호소문은 가수 강원래가, 영어는 낸시랭이, 중국어는 진미령이 진심을 담아 읽었다.
호소문은 “여러분이 누구시든, 어디에 계시든 잠시만 하던 일을 멈추고 저희의 호소를 들어주십시오. (중략) 우리가 누군가의 아들, 딸이듯 탈북자들도 누군가의 아들, 딸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연예인들은 한 명씩 무대 중간으로 서명식을 가졌다. 한명 한명씩 “나는 탈북자들을 위해 함께 울겠습니다”라고 말을 했고 행사장 분위기는 엄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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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자를 대표한 이경화 씨는 “햇빛이 없는 곳에서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 잘 알고 있다. 그는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 뉴데일리
여명학교 졸업생 이경화 씨는 탈북자를 대표해 중국에 감금된 탈북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이 씨는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탈북 대학생이다. 어려서 어머니와 헤어지고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17세에 북송을 당한 적이 있다. 이후 한국에 입국해 홀로 지내다 최근 7년 만에 헤어진 어머니와 한국에서 기적적으로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고, 이제 친구들의 아픔에 동참하고자 참여했다고 한다.
그는 “햇빛이 없는 곳에서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 잘 알고 있다. 나는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저에게 일어났던 기적이 여러분에게도 일어날 수 있으니 부디 용기를 잃지 말아달라. 포기하지 말고 우리를 기다려달라”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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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크로싱'의 주제가를 연예인들과 여명학교 탈북청소년들이 함께 부르고 있다. ⓒ 뉴데일리
공연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탈북자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 '크로싱'의 주제가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하나죠. 그 이름 하나죠. 모르는 사이라 말하지 않을게요. 이미 그댄 나의 이웃이요. 형제요. 모두죠. 다 함께 울어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학생 60여 명은 이날 흰색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라 연예인들과 함께 불렀다.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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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라이 위드 어스' 새터민 학생과 함께 울어주는 강경헌 ⓒ 뉴데일리
연예인들은 울음을 터트리는 학생들을 꼭 안아줬다. .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는 앞으로 계속 열릴 것이라고 한다. 차 씨는 "이날 공연을 시발로 앞으로도 꾸준히 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무료 콘서트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불행 중 다행이다.
이날 참여한 연예인들은 송재호, 최란, 이충희, 윤복희, 김태형, 차인표, 신애라, 이무송, 노사연, 구준엽, 강원래, 김송, 이윤미, 심태윤, 최필립, 박지헌, 강경헌, 황보, 박상민, 안선영 낸시랭, 장혜진, 김범수, 박완규, 별, 최정원, 나오미, 임오일, 권재관, 쥬얼리, 이성미, 송은이, 박미선, 조향기, 장희웅, 노현희, 이하늬, 버벌진트 등 40여명이다.
Cry with Us 호소문
중국 국민 여러분 그리고 전 세계 시민 여러분,
여러분이 누구시던, 어디에 계시던
잠시만 하던 일을 멈추고 저희의 호소를 들어 주십시오.
저희는 대한민국의 연예인들입니다.
저희는 어떠한 정치, 외교단체를 대표하거나 상징하지 않습니다.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붙잡혀 북송위기에 처한 탈북자들의 생명을 걱정하는 형제, 자매의 신분으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현재 중국에 갇혀있는 수 십 명의 탈북자들이 북송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추모기간 중에 탈북한 배신행위로 간주되어
탈북자와 그 가족들은 죽음을 면키 어려울 것입니다.여러분, 배고파서 고향을 떠난 것이 처형당할 죄 입니까?
인간의 생명이 그렇게 가벼운 것입니까?
우리가 누군가의 아들, 딸이듯 탈북자들도 누군가의 아들, 딸입니다.
우리의 생명이 소중하듯 탈북자들의 생명도 소중합니다.탈북자들, 그들은 울 힘조차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들입니다.
울어도 아무도 듣는 이 없기에 암흑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여러분, 탈북자들을 위해서 대신 울어주세요.
우리가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 모여
그들을 죽음에서 삶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특별히, 친애하는 중국국민 여러분,
저희의 애타는 호소를 널리 널리 알려서
부디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북송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빈천지교(貧賤之交)는 불가망(不可忘)이라 했듯
전 세계는 여러분의 친구 됨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2012년 3월 4일
중국내 탈북자들의 생명을 걱정하는 한국 연예인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