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가진 힘을 확인시켜주는 영화 전문 채널의 광고 세 편
  • 광고의 시작은 장엄하다. 11세기 공성 무기가 육중한 돌을 날려 요새를 무너뜨리는가 하면, 화살이 빗발치는 가운데 전사들이 칼을 휘두르며 한 편은 땅을 지키기 위해, 또 한 편은 그 땅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노르망디 공이었던 ‘정복자 기욤(윌리엄)’이 영국의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영불 해협을 건너가 벌인 그 유명한 ‘헤이스팅스’ 전투를 영화로 재현하고 있는 중이다. 
    헌데 감독의 모습이 매우 독특하다. 배가 납작한 곰이 마치 종이 인형처럼 몸을 휘청대며 배우들을 지휘한다. 대본이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명감독답게 불같이 화를 낼 줄도 아는 곰 감독. 그는 음악도 대본도 연출도 모두 직접 관리하며, 여주인공은 감독의 능력을 극찬한다. 
    인터뷰에서 곰 감독은 자신이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된 것은 오로지 자기가 오랫동안 영화를 많이 보고, 많이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는 어떻게 기묘한 모습으로 뛰어난 영화 감독이 됐을까? 

    이 영화에는 비실비실 웃음이 나오는 반전만 있는 게 아니다. 비록 짧고 과장됐지만 스토리가 있다. 프랑스의 영화 전문 채널인 카날플뤼스(Canel+)의 광고로, BETC Euro RSCG가 대행사이다. 광고계의 저명 CD인 스테판 시베라스(Stéphane Xiberras)가 지휘했다. 


    카날플뤼스는 영화 전문 채널답게 스토리가 있는 광고를 자주 만든다. 
    모바일이 지금보다 덜 부상했을 4,5 년 전만 해도 광고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스토리텔링”이었다. 코카콜라도, 나이키도 모두 오디언스들이 몰입할 스토리를 만들어내느라 분주했다. 
    물론 사이버와 모바일 캠페인이 부상한 후에도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캠페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토리는 오늘날처럼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던 아주 오랜 옛날부터 매우 중요한 '엔터테인먼트'였다. 할머니들은 손주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호랑이와 어머니가 나오는 ‘스토리’를 전했고, 시장 광장에서는 춘향이와 이몽룡의 ‘스토리’를 전했다.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음유시인의 노랫말에도, 오페라에도 스토리는 있었다. 카날플뤼스와 스테판 시베라스는 사람들이 스토리에 본능적으로 이끌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칸 라이언즈 수상작이기도 한 ‘옷장’ 편 역시 곰 감독의 스토리와 전개방식이 비슷하다. 남미로 추정되는 정글지역에서 게릴라에게 쫓기는 젊은 남자. 가까스로 나무 위로 몸을 피해 게릴라를 따돌리지만, 그의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앞서 소개한 ‘곰 감독’과 같은 대행사, 같은 CD가 담당한 작품이다. 


    앞서 소개한 두 편에 비해서 스토리는 약하지만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전달한 카날플뤼스의 광고를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말미에 웃지 않을 수 없는 이 광고 역시 같은 대행사, 같은 CD가 담당했다. 
    아름답고 잘생긴 연인들이 로맨틱한 사랑의 약속을 하려는 순간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도대체 이 소동의 원인은 무엇일까? 


    대개 30초나 60초 광고가 주류를 이루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15초짜리 광고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오디언스들의 상상력고 추론능력을 믿는다면15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스토리를 담아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웃음과 감동을 주는 우리나라의 15초 짜리 스토리텔링 광고를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