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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 최초의 북한 식당 `암스테르담 평양 해당화 레스토랑' 개점을 표면적으로 주도한 사람들은 네덜란드의 사업가 렘코 헬링만 씨와 렘코 반 달 씨 두 명이다.
이들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북한을 자주 왕래해 왔다. 북한 영화제를 네덜란드에서 개최하기도 하고 북한과 주체사상을 소개한 책자를 네덜란드어로 번역해 펴내기도 했다. 작년 10월엔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아 다녀오기도 했다. 또 북한과 네덜란드 간 유대강화를 위한 `북한 재단'을 만들었다.
지난 2일 이 식당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난 반 달 씨는 두 사람 다 이름이 렘코로 같지만 성은 다르고 친인척 관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왜 북한 식당을 열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북한의 실상을 서방에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사업 상 북한을 왕래하다 보니 북한에 호기심을 느꼈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게 됐으나 외부 세계에는 북한이 "실제보다 어둡게 그려져 있어" 그 가교 역할을 할 식당을 갖춘 문화센터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간지 폴크스 크란트 등 현지 언론은 지난달 28일 식당 개점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이들에 대해 "일각에선 독재국가인 북한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거나 북한 종업원들은 모두 기관원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또 "그러나 이들은 오스트리아인 토마스 로쉬 등이 주도하는 유럽의 북한과 주체사상 추종세력과 자신들을 연계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의 왼쪽에 김일성 뱃지를 달고 있는 반 달 씨에게 뱃지의 주인공을 존경하는지, 북한식 사회주의 이념을 추구하는지를 물었다. 그는 "나는 이념 추구자가 아니다. 북한 정부와도 관련 없다. 어느 나라나 정치와 민중은 크게 다르다. 북한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우려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뱃지를 단 것은 "그저 마케팅 컨셉트를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사업수단이라는 것이다. 그의 휴대전화 벨소리에선 행진곡풍의 북한 노래로 보이는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 도중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때마다 왼쪽 상체를 비스듬히 뒤로 제끼거나 옷깃을 접어 배지를 계속 가리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왜 뱃지를 가리느냐고 묻자 "오해받기 싫어서"라고 답했다. 자신이 정치적 이념 때문에 북한과 관계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업적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게(북한식당이) 무슨 기업이라고 할만 하느냐"며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헬링만 그룹이 네덜란드 내에만 대형 호텔 4개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엔 이들이 지난해 여름 인수한 호텔 `암스테르담 시티 웨스트'가 있다. 북한에서 파견된 9명도 이곳에서 숙식하고 있다.
166개 객실 규모의 이 호텔 리셉션과 엘리베이터에는 "유럽 최초의 북한 식당인 암스테르담 평양 레스토랑을 방문해보라"는 광고물이 있다. 호텔 숙박 손님의 경우 코스 요리를 1인당 정상가격 79유로에서 대폭 할인한 55유로에 제공한다는 문구도 있다.
이에 대해 반 달 씨는 "호텔과 북한식당은 전혀 관련 없다"면서 "다만 호텔 손님들에 대한 정보와 편의제공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돈 때문에 북한 식당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면서 "북한 여성 종업원들과 북한에는 이곳 식당 등에서 버는 돈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식당을 갖춘 문화센터 아이디어가 나오고 북한인 종업원이 작년 12월 15일 네덜란드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2년 걸렸다고 밝힌 그는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돈을 버는 사업은 (북한인보다) 우리가 잘하기 때문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지의 한 소식통은 "이들은 당초 북한과 네덜란드 수교 10주년인 작년에 개업하려 했으나 차질이 빚어졌고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개업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두 명의 렘코 씨와 북한 당국은 아직 냉면기계도 평양에서 도착하지 않아 음식 메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달 임시 개업을 강행하고 오는 17일 스위스 주재 북한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공식 개업식을 열려고 서두르고 있다.
이에 대해 또다른 소식통은 "김 위원장 생일(2월16일)에 맞추고 김정은 체제 하에서도 강성 문명대국이 이어지고 있음을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네덜란드 당국도 형식적으론 자국 민간사업자가 적법하게 개업한 식당과 북한인에 대한 노동비자를 절차에 따라 허용한 것일 뿐이라고 대외적으론 밝힐 것이지만 "북한에 대한 자국 기업인들의 진출과 정보습득의 통로 확대라는 중장기적인 내부 목적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