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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답답한 현실, 정치로 풀 수 없다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일자리’와 ‘실력’뿐
이유미 /바이트 발행인 www.ibait.com지방대학에 다니는 박우석씨는 경찰공무원 시험을 위해 노량진에 올라와 있다. 그는 새벽 6시에 하숙집을 나선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수업 3시간 전부터 서둘러 나가는 것이다. 점심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2000원짜리로 때운다. 그나마 자기는 부모님이 학원비와 하숙비를 대줘 편하게 공부할 수 있다며 쓴 웃음을 짓는다. 강주현씨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주중에는 커피숍에서, 주말에는 스크린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쌍둥이 동생과 함께 대학에 입학해야했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했다. 오빠의 학자금 대출까지 합치면 삼남매가 갚아야 할 대출금은 이자를 포함해 9000만원이 넘는다.
이는 지난 1월 15일자 ‘시사매거진 2580’에 소개된 대학생들의 모습이다. 방송은 이처럼 탈출구 없는 현실 앞에 좌절하고 분노하던 20대들이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건 정치’라는 자각과 함께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올해 있을 총선과 대선을 좌우할 주요한 변수로 떠올랐다고 소개했다. 또 부산 사하구에서 총선 출사표를 던진 대학생 후보와 김성환 20‘s party 대표를 인터뷰했다. 이들은 “젊은 세대들이 아픔을 겪게 하지 않기 위해서 정치인들이나 기성세대들이 노력을 해줘야 하는데 그걸 오히려 방치해 나서게 됐다”며 “주거정책, 반값등록금, 일자리 문제 해결 등 20대를 위한 정책을 적극 개발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를 가진 20대가 정치에 관심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의 삶을 지나치게 정치에 의존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지방대 정보통신공학과를 졸업한 송 씨는 영세민 아파트에서 자랐다. 당뇨병에 걸린 어머니 혼자서 송 씨와 그녀의 동생을 키웠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전자회사에 입사한 송 씨는 회사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 최근 경기도 새 집을 마련해 친정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국내 최고급 병원 임상병리사로 근무하는 이 씨는 지방 전문대학을 나왔다. 이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겨우 자기 방이 생겼다. 다섯 식구인 이 씨는 방 두 개가 딸린 16평짜리 주공아파트에 살았다. 이 씨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 방 세 개짜리 19평 아파트로 이사했지만 그마저도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게 되면서 또 방을 내줘야 했다. 전문대 졸업과 동시에 인턴으로 입사했던 병원에서 현재는 정직원이 됐고 직장인 대출로 전셋집을 마련해 신혼살림을 꾸렸다.
부모의 가난으로 어려운 생활을 보냈던 두 사람의 삶을 어엿한 중산층으로 바꾼 것은 국가의 복지가 아닌 일자리였다. 우리가 성공을 연봉만 규정하지 않는다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얻어 알뜰하게 살아가는 송 씨와 이 씨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10․26 보궐선거에서 20대의 표심이 후보자의 당락을 좌우하자 정치권에서 20대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20대 비대위원을 지명해 쇄신작업을 맡기기도 하고 오디션을 통해 청년 비례대표를 뽑기도 한다. 또 등록금 완화, 학자금 대출 조건 완화, 취업활동 수당 지급 등의 정책도 쏟아내고 있다.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우리들의 삶을 바꿔 줄 수 있을까? 대학등록금 하락과 취업활동 수당이 당장 생활을 조금은 나아지게 할지 몰라도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을 바꿀 수는 없다. 결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스스로 실력을 쌓아 일자리를 찾지 않는 한 내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북한이나 아프리카 몇몇 국가들같이 독재가 삶을 가로막지 않는 국가에서 결국 나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발전 수준이며, 나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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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20대의 잘못된 요구는 나라를 더욱 어둡게 할 수 있다. 대학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등록금 요구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가겠다는 입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비싼 등록금에 비해 취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또 고졸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면서 차츰 대학 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다(그래프 참고). 지나친 학력인플레를 경험하고서야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학 구조조정 없이 정부에서 일괄적인 등록금 인하정책을 펼친다면 다시 대학 진학률은 높아질 것이다. 현재의 고통이 아무런 조정 없이 미래 대학생들에게로 전가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에 기대기보다 도전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비록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 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용기 있게 하고, 남들 보기에 좋은 직장, 안정적 직장을 고르기보다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직장을 고르고, 스펙 쌓기보다 나는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윤택한 경제적 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과정에서 삶의 기쁨과 만족을 얻게 될 것이다.
이유미 /대학생 시사교양지 바이트 발행인(worldeyu@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