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5ㆍ16 쿠데타 당시 이철승 美에 망명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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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사에 정적(政敵)으로 기록된 두 정치인의 딸들이 부친 세대의 반목을 극복하고 한나라당 쇄신을 위해 손을 잡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27일 비대위원으로 인선한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애증의 관계였던 이철승 전 국회부의장의 딸이다.
7선의 이 전 국회부의장은 1961년 민주당 의원으로 유엔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으나 박 전 대통령의 5ㆍ16 군사 쿠데타로 인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이후 10년간 미국에서 정치적 망명과 다름없는 고난을 겪었다.
당시 여섯살이던 이 교수도 아버지가 이듬해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가자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합류했다.
이 교수는 "난민 수준의 생활을 하면서 인권과 자유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절감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1987년 미국 미주리대에서 특수교육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 대학강단에 선 이 교수는 그 후 아동권리 보호에 앞장섰다.
2007년에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되면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유엔의 7대 인권 협약과 관련한 위원회의 수장에 올랐다.
이 교수는 1998년 정치권으로 들어온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다가 2004년 대통령 탄핵 후폭풍 속에서 박 비대위원장이 위기에 빠진 당의 개혁을 이끄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인 박근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대선후보 당내 경선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뒤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이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년여 전 해외 방문시 동행한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에게 "박 전 대표가 큰 정치적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박 비대위원장이 비대위 참여를 요청했을 때 수차례 고사했지만, 아동ㆍ청소년 대책에 대한 박 비대위원장의 `진정성'에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도 `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도 유엔에서 인권 메커니즘의 개혁을 이끌고 있는데, 박 비대위원장도 한나라당은 물론 대한민국 정치 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 가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