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듯 SD 퇴장, 이재오-MJ "朴 중심" 강조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5년여 만에 당 전면에 나서기로 결심하면서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이 모두 물러나는 형국이다. 박근혜식 한나라당 재창당에 ‘신호탄’이 울린 셈이다.

    11일 박 전 대표가 새 지도체제를 구성하기 위한 환경은 약속이나 한 듯 빠르게 조성됐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당대표’ 지위에서 물러났고,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권을 두고 박 전 대표에게 도전장을 내밀던 정몽준 전 대표도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가야한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사퇴의 뜻을 알려왔다.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임기가 1년 미만일 경우 최고위원 중 득표순으로 대표직을 승계한다’는 당헌 규정상 홍대표가 물러난 만큼 나 최고위원이 당대표 지위에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 이상득 불출마, ‘박근혜 길’ 터줬다

  • ▲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친이계의 맏형인 이상득 의원이 11일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친이계의 맏형인 이상득 의원이 11일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 연합뉴스

    이날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상득 의원은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등장하는 시기에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그가 박 전 대표의 활동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의 보좌관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7억원대의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이 불출마 선언의 결정적 계기이나, 박 전 대표가 이번주 안에 전면에 나설 것이 확실시 되면서 기자회견을 서둘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이 박근혜 체제로 움직이게 될 경우, 대통령의 친형이자 지역구 6선의원인 이 의원의 불출마 요구가 안팎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겠는가. 박 전 대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길을 터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의 쇄신과 화합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한나라당이 새롭게 태어나는데 하나의 밀알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잠룡’ 정몽준‧이재오 “朴 중심으로…”

    여권의 차기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도 온도 차이는 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을 이끌어 나가는데 동의했다.

  •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설 환경이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설 환경이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 양호상 기자

    이 의원 측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든 박 전 대표 주도 하에 현재의 비상 상황을 이끌어 가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12일 예정된 중진회의에서 비대위원장 추대 등으로 결과가 모아지면 그에 따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지난 9일 트위터를 통해 “지도력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찾으면 그 조직은 위기가 기회가 된다. 앞서는 사람들은 개인적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써 친이계의 ‘쌍두마차’인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의원 모두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줬다.

    정몽준 전 대표도 이날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이 근본적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뜻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당 후속 지도체제가 박 전 대표 주도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가 나서는 게 맞다는 뜻이다.

    ◆ 靑 개편 ‘일사천리’…朴, MB 탈당 요구할 수도

    정치권이 ‘박근혜 체제’로 부산하게 움직이는 동안 청와대는 인사개편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하금열 SBS 상임고문을 대통령실장에 내정했다. 정치부 기자 출신인 하 실장을 내정함으로써 여야 정치권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김덕룡 국민통합특보와 이동관 언론특보, 박형준 사회특보, 유인촌 문화특보 등도 모두 해촉했다. '정치형' 실장·특보들은 모두 내보낸 것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청와대가 이 시점에 인사개편을 발표한 것은 박근혜 체제와 ‘쇄신’ ‘변화’의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당초 청와대는 국회 예산처리 이후인 연말께나 인사 개편을 단행할 계획이었으나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는 등 당 지도부가 무너짐에 따라 안정을 위해 앞당겨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쇄신의 칼’이 이 대통령을 향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새로운 한나라당을 이끌기 위해 이 대통령과 차별화가 불가피하다고 느낄 경우 탈당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당장 12일 오후 의원총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고 당 쇄신과 개혁을 이끌어 달라는 총의가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당의 요구가 결집될 경우 박 전 대표는 빠르면 금주 안에 ‘쇄신안’의 일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