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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다."
한나라당은 몸을 바짝 낮췄다. 당초 5일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당 쇄신 문제를 논의키로 했으나 이날 회의에 '쇄신'은 없었다.
당 소속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가 선거관리위원회에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다. 한나라당은 표면적으로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으나 19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터진 '폭탄'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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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이크를 막고 원희룡 최고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 연합뉴스
김기현 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브리핑에서 "오늘 쇄신 논의는 없었다. 경찰 수사 등과 관계없이 빠른 시일 내에 쇄신 논의를 위한 최고위를 통해 그때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핵심당직자는 "지금 쇄신만으로도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너무 안좋게 흘러가고 있다. 당이나 정부가 조금이라도 개입됐다는 발표가 나올 경우, 당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사가 끝나면 다 밝혀지겠지만 (당 개입설로) 지금처럼 오해 받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박원순 시장이 당선돼서 한 시름 놓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이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총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당선무효 소송 등 사건이 일파만파 커질 수 있을 뻔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인 공씨가 선거 당일 범행을 직접 수행한 강씨 외 제 3자와 20여통의 통화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백원우 민주당 진상조사위원장 등은 이날 서울 경찰청을 방문한 찾아 "공씨가 10월25일 밤부터 26일 오전까지 강씨와 30통의 전화를 한 것 이외에 다른 사람과 20여통의 통화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20여통 중 상당수가 한나라당 관계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들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배후를 규모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공세를 강화했다.
이들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씨와 강씨한테서 현역 의원의 명함이 나왔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의원이 공씨가 9급 운전기사일 뿐이라고 밝힌데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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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 오전 서울 서대문 경찰청을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이 조현오 경찰청장으로부터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의 수사진행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들은 "공씨와 같은 성을 가진 경남의 도의원이 있는데 이 도의원 역시 최 의원의 비서 출신으로 두 사람의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격을 실행한 강씨 등이 벤츠와 같은 고급 승용차를 리스해 타고 다닌 것도 대가성 있는 자금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최 의원과 한나라당의 '연계성'을 거듭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이 공씨와 강씨로부터 압수한 물품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청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섰다.
다만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지위 고하와 이념을 가리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