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從北만은 No 하길

      안철수 교수가 정치를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를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는 이미 유력한 정치 행위자로 작동하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그는 박근혜 씨를 10여 퍼센트 앞서고 있다. 그는 이미 정치 행위자로 기능하고 있다. 남은 것은 그 기능을 앞으로 현실정치에서 어떻게 형상화 할 것이냐 하는 것뿐이다.

      지금으로서는 안철수 교수가 어떤 속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 그가 이렇게 하지 말고 저렇게 했으면 하는 당부를 하는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그는 내치(內治)에서는 진보, 안보에서는 보수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논리(그가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다)에 충실했으면 한다. 내치의 진보라는 것도 물론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건 뒤로 미루기로 한다. 내치와 관련된 정책방향은 조금 이래도 조금 저래도 당장 나라가 없어지는 건 아니랄 수도 있기에.

      문제는 안보다. 안보에서만은 안 교수는 지금의 범좌파 노선을 따라가선 안 된다. 누구보다도 안 교수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안 교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는 우선적으론 그 자신이 답변할 질문이지만, 그는 ‘데뷔’ 할 때 적어도 “나는 좌파다”라는 고백만은 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하고 싶다. 그는 물론 박원순을 지지함으로써 좌파 편을 들었다. 한나라당엔 노골적인 적대감도 표시했다. 그러나 그의 또 다른 측면에는 모호성의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이 모호성의 부분을 곧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드러내야 한다. 바라건대 최소한 안보 분야에서만은 지금의 좌파노선에 동조하지 않는 방향으로. 왜? 범좌파를 견인하고 있는 NL(종북좌파)의 노선은 안 교수의 빛나는 오늘을 있게 한 대한민국의 헌법가치(자유, 인권, 시장, 법치)와 그 체제를 총체적으로 타파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안 교수가 한나라당과 보수 일부를 비판적으로 보겠다면 그것은 있을 수 있는 관점이다. 그러나 그들이 곧 대한민국 자체라고 봐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실체는 그들이 아니라 헌법가치와 헌법질서다. 안 교수로서는 한나라당과 보수 일부를 배척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진짜 실체마저 배척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배척한 적도 없다.

      그렇다면 안 교수는 주저 없이 천명해야 한다. 내치의 정책선택에서는 다소 진보적이더라도, 안보에서는 확실한 (反)종북이라고. 합리적 진보와 종북은 전혀 다른 것 아닌가? 한미 FTA를 매국이라 강변하면서 공권력에 테러를 가하는 의식상황이 정말 제대로 된 정신이라고 안 교수는 보는가? 설마...

      안 교수는 무당파라는 정체성으로 설명된 바 있다. 이 설명을 받아드린다면 안 교수는 한나라당에 대한 것보다 적어도 덜하지 않은 강도(强度)로 종북좌파를 배척해야 한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