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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가 갑자기 터지기 시작한 비위·비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전임 오세훈 시장 시절 있었던 문제들이다. 특히 불거진 문제들은 시 본청보다는 산하단체에서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시 생활체육회 간부들의 예산 횡령 혐의를 비롯해 한 산하단체에서는 부하 직원에게 성희롱을 한 간부 직원의 일까지 터져 나왔다. 서울시 행정감사가 진행 중인데다, 산하단체로부터 대대적인 제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연간 100억여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서울시 생활체육회'의 간부들이 물품대금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수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유흥비로 탕진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서울시체육회 한 직원은 5년간 선수들의 전지훈련지로 제주도를 잡으면서 누나가 운영하는 모텔에 묵게 하면서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터졌다. 서울시산업통상진흥원(SBA)에서는 간부 직원이 만취상태에서 벌거벗은 채 사무실에 잠들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이처럼 불편한 뉴스들이 보도되자 박원순 시장은 25일 시의회에 출석해 “시 산하 5개 투자기관에 대한 특별회계감사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대대적으로 기강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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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서울시장 ⓒ
◆ 감사냐? 물갈이냐?
박 시장이 대대적인 감사를 선언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많다. 시민단체 출신 시장답게 공정한 공직기강을 다잡는다는 측면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본청은 조용한 것에 비해 산하단체에서 비리가 줄을 잇는 것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박 시장이 취임 이후 산하단체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을 물갈이하기 위한 ‘명분 세우기’라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산하단체에서 비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 기간이라는 점도 있지만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권력 지도가 바뀌면서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산하 단체 기관장은 대부분 3년이라는 정해진 임기가 있다. 시장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장이라도 단체장 인사를 자유롭게 할 수는 없다. 이번에 불거진 비위·비리 의혹들이 산하 단체장들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음모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서울시 산하단체 한 간부 직원(3급 상당)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요즘은 워낙 자리가 없다보니 시장이 바뀌어도 단체장들이 버티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산하 단체에 비리가 터지면 기관장 스스로 물러날 수 밖에 없다. 이를 노리고 일부 직원은 내부 비리를 은밀히 시장 측이나 시의회에 전달해 흔드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비리 정보는 특정 시의원들에게 쏠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박 시장의 경우 야권 통합을 통해 당선됐기 때문에 챙겨줘야 하는 ‘자리(?)’가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미 박 시장은 민주당 인사가 포함된 '공동 정부' 격인 시정운영협의회를 내년 2월 출범시킬 계획을 발표했다. 협의회에 참여하는 선거 캠프 인사들은 정책 구상과 동시에 서울시 산하기관장과 단체에 필요한 인력 구성에 간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범야권 후보로 당선된 박 시장 체제에서는 어느 때보다 논공행상을 위해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경쟁도 치열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