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통신-살생부' 등 무시무시한 명단 돌아박원순 "서울시 공무원들은 각오해야 할거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월 26일 오후 서소문 서울시청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과 악수를 하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월 26일 오후 서소문 서울시청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과 악수를 하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묻지마, 내 코가 석자야.”

    26일 오후 8시 서울시장 재보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를 지켜보던 몇몇 서울시 간부 공무원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한숨을 쉬며 조용히 자리를 떠나는 이들 뒤에서는 “그러게, 공무원이 줄은 왜 서나”라는 뒷말이 이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시장 재보선은 끝났지만, 서울시청의 혼란은 이제부터다. 새 시장이 집무실로 출근하는 만큼 대대적인 인사이동은 당연한 수순이다. 공무원들은 이 같은 대규모 인사이동을 ‘피바람’이라 부른다.

    더욱이 정당에 소속된 서울시장의 정당이 바뀌는 시점에 부는 피바람은 더욱 거세다. 이명박 시장(4년)과 오세훈 시장(5년)까지 거의 10년 가까이 이어져온 한나라당 정권이 갑자기 바뀐 만큼 여파는 결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선거운동 내내 서울시청 '복도통신'에는 “A 국장이 누구 후보 편에 줄섰다더라”에서부터 “누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누구누구는 잘린다더라”는 말이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살생부’라는 출처불명의 무시무시한 명단도 돌았다.

    살생부 상단에 적힌 인사들은 입을 아예 닫아 걸었다. 이날 하루, 이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두문불출했다. 대부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시절 승승장구했던 사람들이다. '오세훈 사단'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당장 공직생활을 계속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기로에 섰다. 박원순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 "서울시 공무원들은 단단히 각오해야 할거다"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1급 고위직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들이 바라보는 향후 전망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1급 공무원들은 관례적으로 서울메트로 혹은 SH 등 서울시 투자 출연기관으로 가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출연기관 수장으로도 격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다.

    선거운동 내내 서울시 부채의 '원흉'으로 지목된 출연기관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이곳도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SH 관계자는 “지금은 얘기할 분위기가 아니다. 억울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