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FTA? 좋아하는 연예인은? 썰렁유머까지..."각오가 대단한 분 같다"
  • [대전=최유경 기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4년여 만에 ‘특강정치’를 재개했다. 지난 2006년 11월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의 강연을 시작으로 대권행보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박 전 대표는 23일 오전 대전 한남대를 찾아 총학생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뒤 오후에는 대전대로 이동해 학생 7백여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 대전 사립대 연합 총학생회 초청으로 진행된 특강의 주제는 ‘내 마음 속의 그림’. 박 전 대표는 4장의 사진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사진에 얽힌 이야기와 의미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학생들과 간격을 좁혀나가기 시작했다.

    전일 한나라당의 기습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로 좌파단체인 ‘다함께’ 학생들이 박 전 대표의 강연장 진입을 막으며 “날치기 한미 FTA 반대” 등을 외치며 어수선하게 특강이 시작된 터였다. 

    “정치는 가지치기 아닌, 뿌리 튼튼하게 하는 것”

    박 전 대표가 공개한 첫 번째 사진은 한 나무였다.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두 개의 가지가 한쪽은 잎이 무성하지만 다른 쪽은 앙상한 모습이었다.

  •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학교 1학년 시절 모습. ⓒ 뉴데일리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학교 1학년 시절 모습. ⓒ 뉴데일리

    그는 “이 사진은 우리나라의 불균형을 떠올린다. 이 나무가 균형감 있는 나무가 되려면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실력과 능력을 바탕으로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진 사회가 돼야 불균형이 해소된다. 모두가 건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사진 골라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이고 내가 정치하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한 젊은 여성이 공예품을 만지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박 전 대표는 “저 인물이 누구인 것 같나요. 바로 접니다”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놀랐다는 듯 “우와~” 탄성을 질러내기도 했다.

    그는 대학시절 사진을 통해 당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산업으로 꼽혔던 전자공학을 전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졸업한지 37년이 됐다. 30년 후에 여러분들이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지는 아주 중요하다. 그게 여러분만의 미래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미래가 된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목표는 자아실현으로 바뀌어야”

    그는 지방대 차별 문제에 대해서 “실력이 있음에도 학벌 때문에 (기회에서) 배제된다는 건 너무 가슴 아프고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실력을 갖추면 성공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핵심능력인증제'를 공공 부문부터 도입해 공공 부문부터 학벌을 파괴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교육의 목표가 입시 쪽으로 가지 말고 자아실현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자신의 개인사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언급하며 학생들과 교감을 시도했다. 좀처럼 개인사를 꺼내지 않았던 그였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오른쪽 뺨을 만지며 “나도 상처가 있다. 지방 유세를 하다가 칼로 베었는데 조금만 깊이 들어갔으면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못 만났을 것”이라고 했다.

  • ▲ 박근혜 전 대표가 23일 대전대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 마음 속의 사진'이라는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전 대표가 23일 대전대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 마음 속의 사진'이라는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특강은 박 전 대표의 모두발언,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등으로 채워졌다. 박 전 대표는 정책에 관해 밝힌 뒤에는 때때로 특유의 ‘썰렁 유머’를 섞어가며 웃음을 유도하는 등 능숙하게 강연을 이끌었다.

    그는 좋아하는 연예인을 묻자, “옛날에는 장동건씨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개그맨 김병만씨를 생각하면 흐뭇하다”고도 했다.

    학생들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우호적인 질문을 주를 이뤘지만 일각에서 “한미FTA가 날치기 통과 됐다”, “학교 방문은 가식적인  쇼가 아니냐”는 등의 질타를 쏟아냈다.

    박 전 대표는 한미FTA와 관련해 “어제같이 비준안이 통과된 것 저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내가 여러분들을 찾는 것은 그냥 다니는 게 아니다. 내 마음이 실려서 가는 것이라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는 나라를 만드는 게 꿈”

    마지막 질문으로 “최종 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치 마치는 날까지 국민 한 분, 한 분이 희망을 갖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게 제 꿈이고 열망”이라고 답했다.

    “제 꿈은 개인적인 꿈과 정치적인 꿈이 다르지 않다. 제가 지금 정치권에 일하는데, 영원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한이 한계가 있다. 지난 10년 간 정치권에서 사연도 많았고 느낀 것도 많다. 이래서는 안된다, 꼭 이래야 한다는 여러 가지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오면서 살았다. 이제는 그것들을 다 합해서 정치 마치는 날까지 국민 한 분 한분이, 타고난 잠재력과 꿈과 열정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갖는 나라,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를 꼭 만들어 내고 말겠다.”
    강연이 끝나자 학생들의 박수소리와 함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박 전 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한꺼번에 학생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혼란을 빚기도 했다.

    강연을 접한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회계학과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막연한 정치인으로 느껴졌는데 말씀 들으니 정치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계신 것 같다. 새로운 면을 본 것 같다”고 했다. 정치외교학과에 재학중인 한 학생도 “짖궂은 질문에도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각오가 대단하신 분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법과대학에 재학중인 한 여학생은 “안철수가 더 낫다는 게 제 생각이다. 저만 그렇다기 보다 제 친구들도 그렇다.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사람과 자기가 성취한 사람은 다르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앞으로 특강정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초등학교부터 일반 기업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특강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040세대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어 당분간 젊은층과 소통에 주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