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손학규에게…“FTA 필요하고, 통합론 자신 가져야”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소속 시·도 지사들에게 혼쭐이 났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문제와 야권통합 문제를 두고 엇갈린 당내 여론을 제대로 규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론’이었다.

일부 단체장들은 “똑바로 하셔야….”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시도지사 간의 연석회의에서 한미 FTA와 야권통합을 둘러싼 당내 갈등의 골을 봉합하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요즘은 예산철인데 FTA 정국으로 인해 예산과 민생 문제가 실종돼서 안타깝다”고 한나라당 비판으로 말을 시작한 손 대표는 직권상정과 강행처리에는 물리적 저지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수적 우위만을 앞세워 직권상정 날치기를 감행한다면 이번 국회는 파국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시·도 지사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제 소신은 생존전략으로서 FTA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곧바로 받아쳤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노무현 정부 때와 바뀐게 전혀 없다. ISD 폐기는 FTA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ISD를 독소조항이라고 규정한 당론과 정면으로 맞선 셈이다.

특히 송 시장은 “몸싸움 전략은 안 된다. 절충안 제시해서 민주당이 책임 있게 진행해야 정권이 바뀌어도 말 바꾸기를 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개방통상전략 자체가 선이냐 악이냐를 가지고 싸우면 안된다”고 타일렀다. 그는 “현 시점에서 한미 FTA에 대한 보완책을 논의하고 검토해야지 찬성이냐, 반대냐 이분법적으로 나와서는 안된다”고 했다.

‘원샷 전당대회’를 주장한 손 대표의 야권통합론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 문제에서도 송 시장은 “민주당이 단독집권의지 없이 이렇게 자신감 없는 모습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 통합과정에서 민주당의 이름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끌려다니기식 통합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당내 의견조차 수렴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은 무의미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통합 달성도 중요하지만 과정과 절차도 중요하다. 야권이 이합집산, 헤쳐모여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우려의 말을 전했다.

강운태 광주시장 역시 “야권통합에 있어선 절차성과 합법성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분위기가 좋지 않자 손 대표는 회의 도중 “통합은 민주당을 내주자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길”이라고 거듭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정치행위라고 하는게 소통을 다 하고 추진하는 방법도 있고, 어느 정도 일을 진행시켜 가면서 절차와 순서를 맞춰가는 방법도 있다. 소통이 늦어지고 미흡하게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앞으로 당원들의 의견을 모아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연석회의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회의 과정에서 상반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론은 통합방향에 대해서 찬성하고 더 큰 민주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연석회의에는 손학규 당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송영길 인천시장, 강운태 광주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김완주 전북지사, 박준영 전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등 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 7명이 모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