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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교육청에서 특별점검 나왔습니다"
14일 오후 6시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2시간여 잠복 끝에 불법 과외교습이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가 사실임을 확인한 강남교육지원청 단속반원의 신고로 경찰관 2명이 출동했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작은 교실 4개짜리 학원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정집답지 않게 복사기, 컴퓨터, 영어ㆍ수학 교재, 학생관리파일, 책장, 책걸상만 단출하게 놓인 거실과 각 방에서 중학생 6명이 과외교사 여러 명과 1대 1 교습을 하고 있었다.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교육청에 개인과외 신고를 하지 않은 40대 초반의 여성이 월급 200만 원을 주고 강사 여러 명을 채용해 보습학원 규모의 과외방을 운영해 온 '불법 과외교습 현장'이었다.
수업 중이던 30대 여자 강사는 "어제부터 이곳에서 중학생에게 수학공부를 가르치고 있는데 다른 데서 소개받고 강사로 왔다. (원장이 정식 과외교습) 신고를 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며 방문을 걸어잠갔다.
강남교육청 이철웅 주무관은 "여기서 수년간 학생 1명당 월 80만원 정도를 받으며 수업해 왔다는 제보가 교과부 학원 부조리 신고센터로 들어왔다"며 "운영자는 형사고발 대상자이고 내일 오전 중에 교육청에 들르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30분부터 자정까지는 단속팀 여러 명이 논술학원 수십 곳이 한 블록에 밀집해 있는 대치동의 특정 거리를 일일이 돌아보며 수업 중인지 확인하는 심야 단속이 시작됐다.
단속반이 창문에 붙은 가림막 사이로 불빛이 새어나오는 한 건물에 들어서자 셔터가 반쯤 내려간 채 1층 출입문은 열려 있고 복도 계단은 깜깜했다. 불 꺼진 4층 국어전문학원의 교실 문을 열자 남자 고등학생 6명이 한창 학원 수업을 받고 있었다.
국어 강사는 "기존에 다니던 학생들이 밤에 어려운 내용이 있다고 해서 보충수업을 하는 것일 뿐 정규수업은 끝났다"고 해명했으나 벌점 20점이 부과됐다.
이날 심야 단속반원과 마주친 학원들은 단속기간이라는 것을 알고 대체로 "둘러보세요"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며칠 새 단속된 적 있는 학원은 "뭐 하시는 건가요", "이미 끝났어요"라며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0일 수능시험이 끝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수시 2차 일정에 맞춘 고액 논술특강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18일까지 유관기관과 함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목동, 중계동 등 `학원 중점관리 구역'에서 특별지도ㆍ점검을 벌이고 있다.
이 기간에는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를 규정한 조례 위반 사례뿐 아니라 특별히 수능 대비 논술학원의 심야 교습시간 위반, 수강료 초과 징수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강남교육청은 11일부터 나흘간 '심야 논술특강' 학원 2곳을 비롯해 총 9건의 불법 사례를 적발했으며 이중 1건은 형사고발하고 나머지는 행정처분할 예정이다.
강남교육청 이철웅 주무관은 "작년에 심야교습 단속을 대대적으로 벌여서 점차 위반 횟수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18일까지 논술 특별점검과 심야 위반사례, 불법 과외교습을 위주로 합동단속을 한 뒤에도 수시 2차가 끝나는 내년 1~2월까지 특별점검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