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BH-의장실 논의, 10일 야당 통보, 11일 방문-15일로 연기"깃발 올리고 가서 압박하는 모양새, 신뢰상실 우려" 보안유지
  • ▲ '이 때는 이랬는데'...지난 6월 청와대를 예방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뒤에 김효재 정무수석(가운데)과 임태희 대통령실장(맨 오른쪽)이 뒤따르고 있다.ⓒ청와대
    ▲ '이 때는 이랬는데'...지난 6월 청와대를 예방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뒤에 김효재 정무수석(가운데)과 임태희 대통령실장(맨 오른쪽)이 뒤따르고 있다.ⓒ청와대

    “11일 오후 국회를 방문하겠다”… “15일로 방문을 미뤄졌으면 좋겠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11일 발표 3시간 만에 15일로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공식 발표된 시각은 이날 오전 8시20분이었다.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예고 없이 기자실을 찾아 이런 사실을 알렸다. "대통령은 설득을 위해서라면 낮은 자세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참모들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국회를 찾더라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처리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반론이었다. 야당으로부터는 `명분쌓기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해 한-미 FTA 비준안 통과를 직접 설득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 차례 내부 회의를 거쳐 결국 지난 9일 국회에 가기로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후 청와대는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이런 만남을 만드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박 의장도 답답해하던 차에 좋다고 적극 주선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10일에는 여야 지도부와의 면담 추진을 위해 국회의장실과 일정을 조율하는 등 물밑에서 긴박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오후 야당에도 관련 내용이 전달됐다. 민주당의 반응은 거부였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보안유지에 힘썼다. 추진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 대통령도 "모양내기로 비쳐서는 절대 곤란하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 수석은 이를 두고 “깃발 올리고 가서 압박하는 모양새, 신뢰의 상실을 가장 두려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 아침 일찍, 이 대통령에게 보고가 올라갔다. 면담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가서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국회를 방문하기로 하고 일정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빈손으로 돌아올 경우 국가원수로서 체면을 구길 수도 있지만 그만큼 비준안 통과가 절박하다는 심경을 나타내고 막판 설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 일정 공개로 공이 국회로 넘어오자 여의도가 다급한 움직임을 보였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급하게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를 찾아 전화로 장시간 협의했다. 이 때 김 원내대표는 15일 방문할 경우 면담할 수 있다고 알렸고, 국회의장실은 곧바로 청와대에 이런 사실을 전했다.

    그 사이 한나라당 역시 야당과 막판 협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청와대에 방문 연기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발표 3시간만인 11일 오전 11시30분, 15일 방문을 수용했다. 15일은 이 대통령이 주말 예정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다음 날이다.

    김 수석은 "대통령은 야당을 설득하기로 한 만큼 가는 게 맞지 않느냐는 그런 강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야당이 간곡하게 요청을 하는데 받아들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수용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15일 민주당과의 국회 면담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다른 날을 제시하면서 조건에 `상황 변화'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 ▲ '이 때는 이랬는데'...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예방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청와대
    ▲ '이 때는 이랬는데'...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예방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청와대

    민주당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APEC 회의에 참석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부분의 재협상 약속을 받아와야 한다고 하고 있다. 청와대로서는 외교 관례상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