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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지난 3일 최경환 의원의 출판기념회장에서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 양호상 기자
“삼성동 칩거 생활은 끝났다.”
지난 10.26 재보궐 선거가 끝난 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의 발언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는 선거 닷새 뒤인 지난 1일 ‘한국형 고용복지 모형’을 공개했다. 예기치 않은 재보선으로 미뤄왔던 정책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이었다.이 모형은 성장 중심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교육-고용-복지'의 선순환 구조로 가야한다는 요구이기도 했다. 역대 정권 말기에 벌어진 정치 대립 대신, 차별화된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정책 발표와 맞물려 각종 현안에 대한 발언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간 현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자제해 왔던 것과 비교하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이제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 “정치권, 새로 거듭나지 않으면 미래 없다”
박 전 대표는 재보선 이튿날인 27일 재보선 결과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정치권 전체가 크게 반성하고 새로이 거듭나지 않는다면 정치권의 미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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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지난 3일 한미FTA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의 대답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또 “중요한 것은 진정한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다. 강한 의지와 실천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또 말로 끝날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 전체의 반성을 촉구했다. “원래 대세론이란 것은 없다”고도 했다. 자신부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 여야 대립, 한미FTA 입장 ‘재확인’
10.26 이후 정치권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지난 3일 최경환 의원의 출판기념회장을 찾은 그는 “이번에 처리가 되는 게 좋겠다. 늦어질수록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두고는 “국제적 통상협정에서 표준약관 같이 거의 모든 협정에 다 들어있는 일반적인 제도”라고 했다.
이날 발언으로 민주당에서는 “박 전 대표가 강행처리를 허용한 것 아니냐”며 집중포화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 친박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한미FTA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다. 대권행보 차원 보다는 지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할말은 하겠다”…MB와 ‘선긋기’ 본격화
정치권 현안에 집중되던 박 전 대표의 발언은 8일 청와대를 향했다. 그는 8일 당내 쇄신파 25명의 의원이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대한 개혁을 요구한 것을 두고 “귀담아 들을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쇄신파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것을 두고도 “그것도 귀담아 들을만한 이야기”라고 답했다.
현 정권과 ‘정책’에서 차별화를 꾀하겠다던 당초 구상과는 달라진 면모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현 정권과 대립각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점점 강도가 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청와대에 지속적으로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관철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도저히 정책적으로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 결별을 선언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도 “청와대와 선을 긋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현 상황을 직시하는데 있어 의원들의 발언을 귀담아 들어달라는 내용 자체로 봐달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에 ‘말 아낀다’로 끝났던 박 전 대표의 기사 내용도 조금은 달라 질 것”이라고 변화를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