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4년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유대인 연인을 구해낸 폴란드인 예지 비에레츠키가 20일 노비 타르크 자신의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가톨릭교도인 비에레츠키는 1943년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에서 당시 22살이던 유대인 여성 실라 시불스카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레지스탕스라는 의심을 받아 19살 때부터 아우슈비츠에 갇혀 지내던 비에레츠키는 유대인인 시불스카를 살리려고 수감 4년 만에 탈출을 결심했다.

    이듬해 7월 유니폼 창고에서 일하던 동료를 통해 나치 친위대복을 구한 비에레츠키는 독일군 행세를 하며 유대인 죄수를 심문하기 위해 데리고 나가는 척하면서 경비를 통과했다.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 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총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뼛속까지 통증을 느꼈다"면서 두려움에 자신의 발걸음 소리마저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주일 넘게 낮에는 숨어 있다 밤에만 이동해 비에레츠키의 삼촌 집에 다다른 두 연인은 이곳에서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비에레츠키는 가족들이 있는 크라코프로 떠났고 시불스카는 농가에 숨어지내다 유대인 남자와 결혼해 스웨덴과 미국 등으로 옮겨 다녔다.

    전쟁이 끝나면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엇갈린 운명에 39년간 서로 만나지 못했던 둘은 1983년 여름 크라코프 공항에서 뜨거운 재회를 했다.

    시불스카가 우연히 폴란드인 가정부에게 자신의 아우슈비츠 탈출기를 이야기했고 똑같은 이야기를 폴란드 방송에서 본 기억이 있는 가정부가 비에레츠키를 찾는 것을 도와준 덕분이었다.

    비에레츠키는 1985년 이스라엘 야드바셈 재단으로부터 '열방의 의인(Righteous among the Nations)'으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