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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최유경 기자] “인제 전체에 소문이 엄청 났어요. 친구네 집 앞이 올챙이 국수집인데 거기 주문했다던데요?”
유경미(19)양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방금 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달려가 폭 안기며 “끼야악! 보고싶었어요!”라며 한참을 사진공세를 펼치고 난 뒤라 긴장감이 풀린 모양이다.
인제고 3학년에 재학중인 유양은 “정말 좋아하는 정치인이에요. 여성임에도 소신 있게 (입장을) 밝히는 게 너무 좋아요. 본받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19일 이순선 군수후보 지원사격 차 강원도 인제를 찾았다. 지난 2006년 당 대표시절 군부대 방문이후, 5년 만이다. 5일장이 열리는 인제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유유빛깔 박근혜” “사랑합니다” “너무 미인이시네요” 등 환호성이 잇따랐다.
순식간에 도로는 차량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다. 박 전 대표는 느린 속도로 움직이며 자신을 연호하는 사람들의 손을 일일이 잡았다. 수일 째 계속되는 악수세례에 오른쪽 손목에 무리가 갔는지 “손목이 아파서요…”라면서 미안한 표정으로 왼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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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오는 10.26 인제군수 선거에 출마한 이순선 후보의 지원유세를 위해 인제지역을 방문해 주민과 점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박 전 대표는 인제시장과 연이어 찾은 원통시장에서 잠시 단상에 오르긴 했지만 마이크를 잡지는 않았다. 떠들썩한 유세보다는 자신을 기다려준 군민들에게 방향을 바꿔가며 손을 흔드는 것으로 대신했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 및 군민들의 사진, 싸인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상인들은 “서민들 좀 잘살게 해달라. 힘들어 죽겠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전처럼 장사가 잘 안되세요? 이 후보와 노력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인제시장에서 김, 자반 등을 팔고 있는 최백순 할머니(75)는 “대표님 TV에서 보다가 실제로 보니까 너무 예쁜데 다 사가라”라고 말해 장내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자반미역은 처음 보는데요”라고 말하자 최 할머니가 “서울 사람들은 몰라. 먹어봐 맛있어”라고 응수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장날마다 나오시는 거죠?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라면서 김, 자반, 미역, 더덕 등 총 2만3천원어치를 구매했다.
그는 이날 점심으로 ‘올챙이 국수’를 먹었다. 가게도 아닌 시장 좌판에서였다. 박 전 대표가 10.26 보궐선거 이전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밥을 먹은 적이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변화다. 놀란 취재진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자 그는 “식사 안하세요? 넘어가지가 않아서…”라며 여유 있는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부산(14일)과 경남 함양(17일) 유세 당시, 시장에서 칼국수와 순댓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18일에는 서울시내 유세 중 북창동 낙지집에 들어가 20~30대 젊은이들이 있는 자리에 끼어 앉아 그들이 시킨 낙지볶음에 공기밥을 추가해 같이 먹기도 했다.
유세기간 점심으로 택한 메뉴는 모두 서민적인 음식이었다. 베일에 싸인 ‘박근혜’가 아니라 친근한, 서민적인 ‘박근혜’를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와 인제와의 인연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국전쟁 이후인 1955년부터 이듬해까지 5사단장으로 인제에 근무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터만 남겨진 사저에는 절이 들어섰다.
혹시 유년시절을 이곳에서 보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 전 대표는 “그때 이곳에 왔다 하더라도 오래전이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기호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전쟁이 끝난 직후라, 전방인 인제에서 가족과 동반해 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