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보다 이익 큰 한-미 FTA 반대, 북한 반대 때문?
  • 한국 국회는 북한이 좌우한다? 
     
    梁東安   
     
    미국 의회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13일 비준했지만, 우리나라 국회는 한·미FTA를 쉽게 비준하지 못할 것 같다. 한·미FTA 비준안은 행정부가 제출한 것이고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비준안이 우리나라 국회에서 순탄하게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한-EU FTA보다 훨씬 이익 큰 한-미 FTA, 비준 거부 이유는?

    한나라당이 현재의 계획대로 이 달 안에 한·미FTA 비준안을 통과시키려면 국회의사당에서 또 한 차례의 격렬한 몸싸움을 전개해야 할 것 같고,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몸싸움을 통해 의안통과를 강행하는 일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터여서 몸싸움을 거쳐서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마저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한·미FTA는 본질적으로 한·EU FTA와 다를 것이 없다. 한·EUFTA와 비교할 때 한·미FTA는 이 나라에 초래할 경제적 이익의 규모가 훨씬 클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을 공고히 함으로써 이 나라 안보에 초래할 이익까지 크다. 따라서 순리(順理)대로 생각할 경우, 한·미FTA는 한·EUFTA보다 훨씬 많은 의원들의 지지 속에 용이하고도 신속하게 이 나라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한 순리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한·EUFTA는 비교적 쉽게 비준해준 한국 국회가 그보다 더 많은 이익을 초래하고 더욱 중요한 한·미 FTA에 대해서는 쉽게 비준해주지 않을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국회의 역리적 행태

    한국 국회가 한·미FTA 비준 문제를 놓고 이러한 역리적(逆理的) 행태를 보이는 주요 원인의 하나는 이 나라 정당들 간의 독특한 역학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나라 정당들 간의 독특한 역학관계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민주당과 민노당 간의 관계이다. 민주당은 민노당보다 17배나 많은 국회의석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민노당의 정책노선을 시차를 두고 추종하고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인들 때문이다.
     
    첫째는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 당원들이 민노당 당원들에 대해 느끼는 도덕적 열등감이다.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 당원들은 운동권 활동가로서의 품위(?)가 민노당 당원들보다 떨어진다는 열등감 때문에 민노당 당원들‘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민주당 속의 민노당 / 한나라당 속의 민노당

    세째는 민노당의 영향을 받으면서 민주당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의 역할이다. 이들은 민주당의 정책노선이 민노당의 그것과 근접해지도록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셋째는 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들의 민노당에 대한 비위 맞추기 경쟁이다. 야권통합 후보가 되어야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로 될 수 있는 현재의 판세에서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은 민노당의 지지 획득을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런 추파경쟁이 민주당으로 하여금 민노당의 정책노선을 추종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의 작용으로 인해 민주당은 민노당의 정책노선을 추종하게 되는데, 민주당은 민노당을 추종하기 위해 심지어는 자기 당의 기존 정책노선을 정반대로 뒤바꾸기까지 한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우당의 노무현 정권이 결정해 놓은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과 한·미FTA 체결에 대해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민주당은 한·미FTA를 반대한다는 노골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지만 ‘재재협상’을 주장하거나 협정파기적 보완조치 강구를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움으로써 비준반대와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민노당 당권은 종북세력...민노당⇒민주당⇒한나라당

    한국 정당들 간의 독특한 역학관계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한나라당은 사상적 각성을 토대로 해서 결성된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국회의원들은 다양한 사상적 경향을 가지고 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중에는‘민주당 의원들보다 더 민주당적인’ 인사들도 있으며, 민주당 의원들 앞에서 도덕적 열등감을 강하게 느끼는 인사들도 있다. 심지어 어떤 한나라당 의원은 유권자들이 민주당과의 차이를 알 수 없도록 한나라당이 변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이다. 이들은 항상 한나라당의 의사결정에 민주당적 경향을 침투시키려 한다.
     
    이렇게 해서, 한국 정당들 간의 정책적 영향력 작용관계는 국회의석수와는 역비례하여 민노당→민주당→한나라당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민노당에서 분당하여 진보신당을 결성한 인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민노당의 당권은 종북세력(곧, 북한추종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 정당들 간의 정책적 영향력 작용관계가 민노당→민주당→한나라당의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곧 한국 국회가 북한정권의 비위에 거슬리는 의결을 하기 어렵거나 아예 할 수 없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민노당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민노당이 북한정권을 추종한다면 그러한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정권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북한인권법안이 우리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그런 가능성을 밑받침해주는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북한 반대로 비준 불가능?

    본질적으로 동일한 한·미FTA와 한·EUFTA 중에서 한·EUFTA는 한국 국회에서 쉽게 비준되는데 반해, 한·미FTA는 한국 국회에서 쉽게 비준될 수 없는 원인이 바로 그 가능성에 있지는 않을까?
     
    한·EUFTA는 한국에 초래할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은데 다가 한국 안보를 공고히 하는 작용이 없기 때문에 북한정권이 강력히 반대하지 않았던 것이고, 그래서 한국 국회도 별 무리 없이 비준했던 것이며, 그에 반해 한·미FTA는 한국에 많은 경제적 이익을 초래하고 한국의 안보를 공고히 하는 작용까지 하기 때문에 북한정권이 그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이고, 북한정권의 반대가 강력하기 때문에 한국 국회도 한·미FTA를 쉽게 비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전혀 엉뚱한 해석이 될까? (konas)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