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후기 구석기 시대인 4만~3만년 전의 것으로 여겨졌던 폭이 좁고 긴 `현대식' 돌칼이 최근 이스라엘의 전기 구석기(40만~20만년 전) 유적지에서 무더기로 발굴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7일(미 동부시간) 보도했다.

    이는 현생인류가 등장하기 훨씬 전에 현재의 이스라엘과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에 형성됐던 아슐리안-야브루드 문화권에서 이런 도구 제작이 중요한 일부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텔아비브 대학 고고학 연구진은 텔아비브 외곽 케셈 동굴에서 길고 폭이 좁은 돌칼들이 수천개나 발견돼 이런 돌칼이 현생인류의 전유물이라는 기존 관념을 깨뜨렸다고 인류진화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런 돌칼들은 치밀하게 계획된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원료 선택에서부터 제조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수십만년 후에 사용된 칼날 제조 기술과 맞먹을 정도로 정교한 도구제작 시스템이 있었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들은 이보다 더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프리카의 유적지들에서도 돌칼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카셈 동굴의 것들은 제조와 대량생산에 사용된 기술의 정교함이 단연 돋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여러 증거로 미뤄 당시 호미닌들이 원료를 세심하게 골라 지표면이나 땅 속에서 캐 냈을 것이며 그 중에서 자신들의 돌칼 제조 기술에 가장 적합한 특정 원석들을 찾아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적합한 원료가 갖춰지면 이들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원하는 돌칼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는 돌이 쪼개지는 방식을 고려해 강력하고도 통제된 힘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돌칼들은 한쪽에 자르는 날이 있고 다른 한 쪽은 손으로 쉽게 붙잡을 수 있는 모나지 않은 형태혔다.

    연구진은 이것이 아마도 최초의 기술 표준화 사례였을 것이라면서 이들 돌칼은 제작과정에서 비교적 적은 양의 부스러기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런 돌칼들이 너무도 효율적으로 생산됐기 때문에 동굴 거주자들은 귀중한 도구를 아마도 소모품처럼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케셈 동굴 거주자들이 이처럼 혁신적인 산업 기술 외에도 수십가지 새로운 행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당시 동굴에서 불이 매일 습관적으로 사용됐다는 분명한 증거가 나왔다. 당시 인류가 불을 이용했는지, 했다면 어느 정도까지 했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었다.

    또한 동굴 안의 공간은 구획돼 있어 거주자들이 사냥해온 동물을 일정한 공간에서 도축해 불에 구워 나눠 먹었고 동물 가죽을 가공하는 작업은 다른 곳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