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펀드는 약관을 고쳐야 한다. 나는 박원순을 지지하지 않는다. 아마 이번 선거에서 반대 표시를 일찌감치 표현하게 될 게다. 맥아더 동상을 끌어내린다고 설쳤던 종북단체들과, 온건시민단체들을 하나로 엮어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유권자희망연대2010'을 만들어, 전교조 교육감을 대거 당선시킨 '최고위 지하 정치 활동가'가 박원순이었기 때문이다. '유권자희망연대'는 시민운동을 종북에게 굴종시킨 '시민운동 하이재킹 사건'이었다. 이 납치 행위를 나는 용서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박원순에 반대한다.
     
    그러나 나는 박원순이 금융사기범이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너무 조잡하기 때문이다. 니체(Nietzsche)의 말대로, 나는 나의 적이 짱짱하고 무섭고 막강하기 원한다. 그가 빨리 펀드 약관을 수정하기를 빈다. 또한 지금까지 펀드 모금에 응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연락하여 수정약관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를 빈다.
     
    기존 약관은 다음과 같다.
     
    1. 모집주체 : 박원순
    2. 펀드 모금액 : 39억(서울시장 보궐선거 법정선거비용:38억8천5백만원)
    3. 펀드기간 : 2011년 9월 26일 ~ 2011년 9월 30일 (39억 달성하면 조기 마감)
    4. 상환액 : 원금+금리(연)3.58%
    5. 상환일: 2011년 12월 25일 이전에 상환
          (선거비용보전은 “선거일:2011년 10월26일”후 60일이내 환급)
    6. 이자소득세 원천징수,양도불가
    7. 차용증서 이메일로 발급
    * 펀드목적- 예비후보후원회제도가 없어진 현재, 현역 정치인이 아닌 후보는 10월 6일 후보자 등록신청일까지 후원회를 할 수 없다. 깨끗한 선거자금으로 선거를 치르고자 고민한 후보와 선대위 관계자들은 약정액을 입금하면 연 3.58%금리로 선거비용을 보전 받은후에 원리금을 전액 갚는 방식으로 선거비용을 공개모금을 하기로 함.
    * 펀드방법은 약정희망자들이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 펀드 게시판에서 진행함
     
     
    이 약관의 문제점은 다음 두 가지 경우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1.  야권통합에서 박원순이 후보가 되지 않았을 때
     
    예를 들어 클라이맥스 효과를 누리기 위해  10월 20일 경에 후보단일화를 했는데, 박원순이 그만 덜컥 떨어지면? 그때가지 못 써도 (이미 발주한 채무까지 포함하면) 20억 이상 썼을 텐데...그 돈은 전혀 국가로부터 보전받지 못 한다. 이 경우 어떻게 상환할 것인가? 이 경우에 대한 위험성을 적시하지 않으면 이는 일종의 기망행위가 된다. 박원순은 이 경우에 관한 '펀드의 위험성'을 적시해야 한다. 
     
    2.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
     
    박원순은 지난 2002년에 부인에게 눈물겨운 공개유서를 썼다. 건강도 멀쩡한 상태에서 부인이 너무 사랑스러웠던지, 유서를 쓴 후 이를 사실상 공개했다. 천재지변이란 알 수 없다. 한국말 계약서에는 '불가항력'이라고 표현되지만, 영어 계약서에는 '신의 뜻에 의해'(by God's will)이라고 포함된다. 모든 제대로 된 계약서에는, '불가항력'에 대한 면책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이 조항을 명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쁘게 보면, 돈을 빌리는 행위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나는 이 약관이 좀 제대로 이러한 면책조항을 명시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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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로 유시민, 박원순의 펀드 모금은 신선한 충격이다. 지난 87년 6얼 항쟁을 정점으로 축적되어 온 우리 사회의 일정한 에너지가 이런 식으로 드러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는 펀드 모금이 앞으로 이른바  '진보진영' 뿐 아니라, 이른바 '우파' 진영에서도 성공하기를 빈다.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자금을  스스로 파이낸싱하는 구조를 쉽게 만들어내는 것--이것은 분명 하나의 커다란 정치 발전이다. 


  • 박성현  저술가.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현재는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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