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국정감사... 농협중앙회 대해부수입농산물 국산으로 둔갑, 농민은 빚더미 직원은 돈잔치
  • 농협의 ‘비리-불법’ 의혹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농산물 백화점이 아니라 '비리-불법 백화점' 소리를 들어도 유구무언(有口無言)일 듯 하다.

    농업생활력의 증진과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농협이 오히려 농민들을 등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농민 조합원들은 누적되는 부채로 인해 허리를 졸라매고 있는 형편인데 농업용 면세유를 비싸게 파는 방법으로 폭리를 취하는가 하면 자신들끼리는 ‘억’ 소리나는 돈 잔치를 벌인다.

    ‘비상근직’에 업무도 잘 모른다는 농협중앙회회장은 ‘7억∼12억원’이라는 거액의 연봉과 활동비를 받는다. 심지어는 수입 농산물을 국산으로 속여 판매하기까지 한다.

    NH 농협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다음과 같은 문구가 보인다.

    “농업은 경쟁력 있는 미래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농협이 강조하는 ‘나눔경영’도 그럴싸하다.

    “농협은 1961년 창립 이후 농업인의 복지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나눔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왔습니다. 농업인과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농협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나눔경영 활동을 전개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농협의 윤리경영이다.

    “농협은 경제적·법적·윤리적 책임 등을 다함으로써 모든 이해 관계자 모두가 함께 성장 발전해 청렴한 농협, 투명한 농협, 깨끗한 농협을 구현해 대한민국 No.1 유통, 금융 리더를 만듭니다.” 

    그런 농협이 정말 투명하고 깨끗해 각종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을까.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농협의 비정상적 활동들은 2011년도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 ▲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수상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수상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농협, 수입 농산물을 국산으로 속여 판매

    #1. 22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 <민주당 김우남 의원>

    농협이 수입산 농산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날 국감 자료를 통해 “2007년부터 올해 7월까지 농협중앙회 및 전국조합이 운영하는 판매장에서 총 141건의 원산지 위반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원산지 위반 적발 현황에 따르면 원산지 거짓표시는 70건, 미표시 69건, 혼동이 우려되는 표시 사례는 2건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판용 수입쌀을 국내산으로 표기하는가 하면 쇠고기-돼지고기-마늘-두부-버섯 등 농축산물의 전범위에서 수입산 농산물이 국내산으로 둔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최근 5년간 적발된 총 141건의 원산지 위반 건수 가운데 31.9%를 차지하고 있다.

    김 의원은 “농협이 원산지 표기를 위반해 수입 농산물을 판매하는 일은 소비자 뿐만 아니라 생산 조합원에 대한 배신이자 농협의 정체성에 크게 위반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농협 주유소가 농민에게 바가지를 씌웠다고?

    #2. 22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 <한나라당 윤영 의원>

    농협 주유소가 농업용 면세유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다. 이러한 부당이익은 고스란히 농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간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윤 의원은 이날 국감 자료를 통해 “지난해 면세유 가격을 부풀려 농협계통 주유소와 민간주유소가 얻은 부당이익은 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농협계통 주유소는 면세 경유와 휘발유의 경우 적정가격 보다 각각 리터당 최고 125원, 146원씩 비싸게 판매했다. 민간 주유소들도 면세 경유와 휘발유를 판매하면서 각각 리터당 최고 320원, 402원씩 부당이득을 취했다.

    윤 의원은 “우리사회의 대표적 서민인 농민들을 대상으로 농협을 비롯한 면세유 취급주유소가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 농민 허덕이는데.. ‘억대 연봉’ 돈 잔치

    #3. 22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 <민주당 송훈석 의원>

    농협중앙회가 농민들의 고통에 아랑곳 않고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 의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억대 연봉자들의 인건비 비율 증가율은 전체 인건비 비율 상승률 17.2%보다 훨씬 높은 전년대비 161%에 이른다.

    회원조합의 억대 연봉자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천54명. 전년대비 40.9%를 차지하고 있는데 1억원 이상 연봉 총액 증가율은 지난해 44%에 달해 전체 인건비 증가율(11.5%)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동참한다면서 2008년, 2009년 임금동결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2010년 평균임금은 M급(1~2급)이 9천800만원, 3급이 8천600만원에 이른다. 농협중앙회는

    또 직원들에게는 사업조기추진 및 사기진작이라는 명분으로 2007년 이후 올해까지 총 2천300억원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다.

    아울러 농협중앙회는 올 8월말 현재 골프회원권 약 406억원 어치, 콘도회원권 약 160억원 어치 등 총 566억원 어치의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다.

    송 의원은 “농민은 구제역 여파와 FTA 체결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농민을 위해 설립된 농협중앙회는 자기 밥 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수상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액연봉은 세습제? 임원 자녀 취업 논란

    #4. 22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 <민주당 김우남 의원>

    이번엔 지역농협 조합장 및 상임이사 자녀들의 취업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김 의원에 따르면 총 116명의 현직 조합장 및 상임이사 자녀들이 지역농협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16명의 가운데 92명은 필기시험을 치르는 고시전형을 통해 채용됐다. 하지만 보통 필기시험을 통해 3배수 이상으로 추려진 이후에는 면접만으로 선발이 되기 때문에 부모의 직위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특히 채용된 인원 중 24명은 면접 등으로만 선발되는 특채로 입사했는데 이러한 경우에 대해서는 더욱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

    또 농협에 취업한 자녀 중 9명을 제외한 107명은 부모와 같은 시-도 내의 조합에 채용됐다. 이중 18명은 자신의 부모가 있는 조합에 뽑혔다.

    김 의원은 “조합장 및 상임이사 자녀들의 조합입사와 조합의 농협대학 입학추천에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농협중앙회장 연봉 12억6천만원···농가의 40배

    #5. 19일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 <민주당 강봉균 의원>

    ‘비상근직’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연봉이 농가소득의 40배에 달하는 12억6천만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 4월 사상 최악의 금융전산망 마비사태가 빚어졌을 때 “비상임직이라서 업무를 잘 모르고 한 것도 없으니 책임질 것도 없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최 회장이 농협에서 받는 기본급은 1억3천만원. 하지만 경영수당, 성과급, 퇴직수당 등으로 받는 돈을 모두 합치면 연간 8억1천900만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신문 발행인을 겸하고 있는데 농민신문으로부터 기본급 1억2천900만원을 포함해 모두 4억4천만원 정도를 받는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측은 “농협중앙회장이 받는 급여는 농협과 농민신문으로부터 받는 3억7천967만원(세전) 및 경영활동비 3억2천400만원으로 총 7억367만원을 받는다”고 해명했다.

    강 의원은 “농민들​과 국민들​은 최 회​장이 농협중앙회​와 농민신문사​에 이중 급여를 받는 것에 대해 더 놀라고 있다”고 비난했다.

  • ▲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수상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수상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농협, 알집 프로그램 불법사용

    #6. 22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

    농협중앙회가 지난 7월 네이트 고객정보 해킹의 원인인 공개용 알집프로그램을 내부에서 광범위하게 불법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 본사 직원은 물론 협력직원과 보안을 책임지는 IT분사 직원에게서까지 기업용이 아닌 공개용 알집프로그램의 업데이트서버 로그기록이 나왔다.

    성 의원이 ‘이스트소프트사’의 업데이트 서버 접속내역을 분석한 결과였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8월18일부터 25일까지 8일 동안 이스트소프트사 업데이트 서버에 접속한 횟수는 총 1만1천727건. 이 중 알집에 대한 부분은 1천157건이었으며 중복 IP를 제외하면 285건이라는 기록이 나온다.

    성 의원은 “짧은 기간 동안 285명이나 알집 프로그램의 업데이트서버에 접속했다는 것은 네이트 해킹으로 인한 경각심에도 불구하고 농협중앙회 내부적으로 소프트웨어 불법 사용이 만연돼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농협은 자료 요구에 대해 1차 자료를 제출한 후 시간끌기를 하다가 뒤늦게 자료를 제출하는 구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스트소프트사 업데이트 서버 접속내역이 아닌 다른 내역을 제출하는 등 고의적으로 조작된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성 의원은 비판했다.

    이것들만이 아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구제역 여파로 한우값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국방부에 수입 쇠고기를 더 많이 납품해왔음이 드러났다. 농업협동조합이 아니라 축산물 유통업자 아닌지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금융부분에선 ‘이자 장사’로 89.4%에 달하는 수익을 남겨 사회적 파장도 몰고왔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도대체 누구를 위한 농협인가? 이게 농민을 위한 농협인가? 농협관료들의, 농협관료들만을 위한 농협 아닌가? 농협은 ‘농민을 뒤로한 채 제 밥그릇 챙기기 바쁘지는 않았나’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스스로 벌이는 내부개혁과 자정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면 결국 외부에서 '개혁의 칼날'이 뻗칠 수밖에 없음을, 농협중앙회는 명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