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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電과 이탈리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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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대통령이 한전을 방문, 정전사태에 대한 한전의 대응자세를 질타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인가 후진국인가? 어떤 때는 정말 헷갈린다.
정전 사태 때의 한전 사람들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 말 마따나 우리는 아직도 후진국인 것 같다.
반면에 11명의 여자들을 관용 항공기로 데려다 그중 8명과 차례로 황음무도(荒淫無道)의 극(極)을 달린 베룰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보면 우리보다 더 후진국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탈리아가 우리보다 더 후진국도 아닌데...이걸 보면 그런 총리를 둔 이탈리아나 그런 한전 사람들을 둔 한국이나 둘 다 비슷한 정신적 미혹(迷惑)에 잠겨 있는 것 같다. 바로, 모든 게 골고루 선진화 되지 못한 나라 국민의 정신적 2중성이 그것이다. 선진적인 부분이 있는가 하면 후진적인 부분이 엄연히 남아 있는 나라 국민은 정신적으로도 선진적인 자의식과 후진적인 자의식을 동시에 갖는 모양이다.
고급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으흠, 나는 1등 국가 1등 국민이다” 하고 으쓱대다가도, 승용차 창문 밖으로 담배꽁초를 휙 던질 때는 “썅, 어느 놈이 뭐래?” 하고 개차반 후진성을 유감없이 과시한다. 2중성인 것이다. 한국의 한전 사람들과 이탈리아 총리가 그런 점에서 비슷하단 소린지?
이탈리아에 가 있는 소식통에 의하면 그곳 제노아 사람들의 난폭 운전에 비하면 한국의 그것은 양반이라 했다. 그러나 그곳의 대중식당과 매식(買食)의 질(質)에 비하면 이곳의 '비싸면서 형편 없는' 대중식당이 저 아래일 것이다. 피장파장으로 2중적인 점에서는 공통적이란 이야기다.
한국의 한전 사람들이나 이탈리아 총리의 사례는 모두 선진적인 자의식 밑에 깔려 있던 후진적인 자의식이 용암처럼 분출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어느 선진국 사람들이든 그런 2중성은 조금씩 다 가지고 있겠지만, 그래도 그 용암을 잘 통제하는 국민과, 그렇지 못한 국민의 등급 차(差)는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몇 등급일까? 일본 사람들에 비하면? 중국 사람들에 비하면?
쓰나미에 처했던 일본 국민들은 최선진국, 일본 관료들의 경직성은 후진적이었다. 군사-경제 강대국 중국은 선진적, 중국 농민공의 삶과 화장실은 후진적이다. 천안문 사태의 주역 왕단(王丹)은 이것을 "중국은 근육만 있고 머리는 없다"는 말로 설명했다(조선일보 9/19).
오늘날 같은 지구화 된 생존경쟁 판도에서는 비교우위를 점하지 않고서는 열패(劣敗)의 수모를 면하기 어렵다. 언제나 그랬겠지만 그 치열한 정도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비교우위를 점하는 비결은 지도층이 이탈리아 총리를 닮지 않는 것, 경영 실무자들이 한전 사람들을 닮지 않는 것, 그리고 국민이 이탈리아 운전자들과 한국의 대중 식당 질(質)을 닮지 않는 것일 것 같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