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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설 때 정치권에는 으레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있다. 민족의 대이동에 따른 민심의 추이를 살피는 일이다. 그만큼 명절 여론은 민심이 흩어지고 모이면서 향후 정국의 향배를 가르는 방향타 역할을 해 왔다.
올해 `추석 민심'에는 정치권의 이목이 특히 쏠렸다. 이른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여론의 향배에 어떻게 흘러갈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여야 각 정당은 추석민심이 `안풍'(安風)과 `박근혜 대세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안풍이 더 거세게 부느냐 아니면 주춤거리느냐, 박근혜 대세론이 더 흔들리느냐 아니면 회복하느냐에 따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 판도까지 달라질 수밖에 기 때문이다.
추석연휴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첫 첫 여론조사가 나왔다.
여기서 안 원장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에 약간 못 미치긴 했지만 돌풍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신문과 여론조사기관인 여의도리서치가 지난 12일 전국의 성인남녀 2천2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13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양자 대결구도에서 박 전 대표는 46.1%를 기록, 44.3%를 얻은 안 원장을 1.8% 포인트 앞섰다.
지역별로는 안 원장이 서울, 경기, 인천, 대전, 광주, 전남ㆍ북 등 서부벨트와 영남권 중 울산에서 박 전 대표를 크게 앞선 반면 박 전 대표는 대구, 경북, 부산, 경남, 강원 등 동부벨트와 충남-북에서 강세를 보였다.
박 전 대표(52.9%)와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35.5%)간, 박 전 대표(57.7%)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28.3%)간의 양자 대결에서는 박 전 대표가 월등히 앞섰다.
여야 정치인들은 안풍과 박근혜 대세론이 추석 밥상에 많이 올랐다고 전하면서도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에서 비롯된 `안철수 신드롬'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도 나왔다.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권에선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속에 `안풍의 거품이 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나 전망이 많았다.
반면 비영남권, 특히 수도권에선 안풍의 위력과 이로 인해 정치권에 몰아닥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대구 북구을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서상기 의원은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안풍에 대해 많이 얘기를 하는데 `아이고, 거품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의원은 "안 원장이 대선에 안 나온다고 하는데 박근혜 전 대표를 왜 자꾸 흔드느냐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이에 반해 강남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안 원장이 바람이지 오래가겠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60∼70대 할아버지 가운데 안 원장을 찍겠다는 사람이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재선 의원도 "지역을 돌아보니 안풍이 간단치 않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박병석(대전 서갑) 의원은 "안 원장이 정치를 할 것 같냐, 안 할 것 같냐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안풍이 지속적이냐, 일시적이냐에 대해 광범위하게 물어보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안풍 여파로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등 자당의 대선 후보들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데 대한 우려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